13년 만에 최악인 고용한파, 제조업 넘어 서비스업으로 확산 중

입력 2018-11-15 04:00

고용한파가 좀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더 큰 ‘고용절벽’이 다가올 조짐마저 나타난다. 위기는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40·50대와 고졸자, 영세 자영업자 등 취업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일자리 실종’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질 좋은 일자리의 공급원인 제조업은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전남 곡성·영암, 울산 북구로 제조업 고용위기가 전염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찬바람’은 서비스업 일자리로도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자신했던 고용률은 9개월째 내리막이고 실업률은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최근 고용대책을 내놨지만 단기 일자리 창출 등으로 반전의 계기를 찾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통계청은 14일 ‘10월 고용동향’을 발표하고 지난달 15∼64세 고용률이 61.2%라고 밝혔다. 전년 동월 대비 0.2% 포인트 낮다. 고용률은 지난 2월부터 줄곧 떨어지고 있다. 반대로 실업률은 3.5%로 지난해 10월보다 0.3% 포인트 올랐다. 10월 기준으로 2005년 10월(3.6%) 이후 가장 높다. 취업자 수는 6만4000명 증가해 4개월 연속 10만명을 밑돌았다.

가장 큰 우려는 제조업 일자리 부진이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 수는 451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4만5000명이 줄었다. 4월부터 7개월째 감소세다. 조선·자동차 구조조정을 비롯한 제조업 경기위축이 영향을 미쳤다. 민간연구소 LAB2050은 전국 기초자치단체 단위 제조업 고용위기 정도를 측정했더니 전남 곡성(금호타이어)·영암(현대삼호중공업), 울산 북구(현대자동차)가 높은 ‘고용위기 위험도’를 보인다고 공개했다. 모두 자동차 관련 산업이나 조선업 의존도가 높은 지역이다. LAB2050 황세원 연구실장은 “이 지역들이 고용위기 상황에서 쇠락도시로 전락하지 않게 하려면 지금부터 대응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에 민감한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 일자리는 초토화됐다. 도소매업 취업자 수는 9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10만명(2.6%) 줄었다. 숙박·음식점업 일자리는 9만7000명(4.2%) 감소했다. 가뜩이나 위축된 경기에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겹쳤다.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 부분에서도 8만9000명(6.5%)이 줄었다.

서비스업 일자리 부진은 자영업자 지표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1인 자영업자는 지난달 10만1000명이나 감소했다. 지난 7월부터 10만명대 감소폭을 보인다. 경기가 좋아 종업원을 채용하면서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로 상향 이동한 것도 아니다. 지난달에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4000명 줄었다.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와 1인 자영업자가 동시에 줄어들기는 2016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일자리 증발’은 취업취약계층부터 고용시장 밖으로 밀어낸다. 연령별로 보면 40·50대에 그 여파가 집중됐다. 지난달 40대 취업자 수는 15만2000명 줄었다. 인구 감소폭(11만9000명)보다 취업자 감소가 더 가팔랐다. 50대 역시 인구는 8만명 늘었는데, 취업자 수는 9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통계청 빈현준 고용통계과장은 “현재 취업자 감소가 고졸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데, 40·50대에 고졸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정부가 내놓은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은 추세를 뒤집기에 역부족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빈 강의실 불끄기’와 같은 초단기 일자리 창출이 중심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근본 처방인 ‘규제혁신’에서도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당분간 일자리 한파는 지속될 전망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경제 활력을 높여 일자리 창출 여력을 확충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정부가 추가로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해 내년 경제정책방향에 담겠다”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