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기본 콘셉트’만 유지, 다 바꾸니 더 재밌네

입력 2018-11-15 04:00

한 달에 한 번 꼭 다른 사람으로 얼굴이 바뀌는 여자와 일 년 열두 달 다른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남자. 두 사람의 로맨스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JTBC 월화드라마 ‘뷰티 인사이드’다.

13일 5%(닐슨코리아) 시청률 고지를 넘은 ‘뷰티 인사이드’는 ‘로코 장인’ 서현진 이민기의 호연과 다양한 카메오 출연 등으로 유독 높은 화제성을 띠는 작품이다. 화제성 분석 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은 뉴스 블로그 SNS 등에 올라온 관련 게시물의 양과 질을 종합해 화제성 순위를 매기는데, ‘뷰티 인사이드’는 지난 주 드라마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뷰티 인사이드’는 2015년 개봉한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했다. 원작은 자고 일어나면 모습이 바뀌는 남자 우진과 홍이수(한효주) 사이의 로맨스를 다뤘다. 드라마는 여기서 ‘얼굴이 바뀐다’는 기본 콘셉트를 가져왔다. 주인공인 톱 배우 한세계(서현진)는 매달 일주일 동안 다른 나이와 성별, 국적을 가진 인물로 변해 살아간다.

이를 뺀 나머지는 다 새롭게 살을 붙였다. 신선한 요소를 극 곳곳에 배치해 늘어짐을 방지하고, 여타 리메이크 작품이 가진 뻔함도 영리하게 피해갔다. 먼저 눈에 띄는 건 장르적 변화다. 원작이 가진 서정성과 로맨틱 코미디의 발랄함을 잘 버무려냈다는 평가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로맨스로만 이야기를 풀어냈다면 지루해지기 쉬웠을 것”이라며 “로맨틱 코미디로 장르를 바꾸고 캐릭터가 가진 성격과 직업, 설정 등에 변화를 줌으로써 애절함과 코믹함을 고루 잘 녹여냈다”고 말했다.

단짝들과 함께 있는 한세계는 능청스럽고 털털하기 그지없다. 연인이자 재벌그룹 항공사 본부장 서도재(이민기)는 대체로 완벽하지만 한세계와 있으면 ‘허당미’를 뽐낸다. 둘의 로맨스는 더 유쾌해지고 아기자기해졌다. 여기에 서도재가 안면실인증을 앓고 있다는 설정을 추가해 로맨스의 결을 확장하고, ‘아름다움은 내면에 있다’는 주제의식도 강화했다.

새롭게 추가된 장치들은 원작보다 8배가량 늘어난 극의 여백을 빈틈없이 채운다. 특히 한세계의 얼굴이 바뀌면서 생기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은 설정의 반복이 주는 단조로움을 크게 줄였다. 가령 아이가 된 그녀는 보육원 앞을 떠나지 않는 한 엄마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학생으로 변했을 때는 다른 남학생에게 상처받은 여학생을 도와준다.

이에 더해 원작엔 없는 야망가 강사라(이다희)와 순수남 류은호(안재현)의 로맨스를 추가하면서 외연을 넓혔다. 기존 드라마의 남녀 캐릭터가 부여받던 성격을 뒤바꾼 이 커플은 주인공 커플과 오묘한 대칭 구조를 이루며 색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정석희 드라마평론가는 “얼굴이 변할 때마다 나오는 카메오들을 보는 재미가 있고, 새로 만든 캐릭터들의 생생함도 살아있다”며 “판타지지만 현실적이고 가슴에 와닿는 얘기들이 옴니버스처럼 펼쳐지면서 극의 긴장감을 잡아줬다”고 설명했다.

‘뷰티 인사이드’는 종영까지 2회를 앞두고 있다. 상투적인 해피엔딩을 피하고, 주제의식을 잘 풀어내는 게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공 평론가는 “힘든 상황에 처한 주인공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담아낸다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