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갑작스러운 항공회의 제안, 남북 항로 개방 논의될 듯

입력 2018-11-14 19:06
9월 18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수행원들이 탑승한 대통령 전용기가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오른쪽은 계류중인 고려항공기. 뉴시스

남북이 북측의 갑작스러운 요구로 16일 항공 분야 실무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남북은 2010년 5·24 조치 이후 양측 항공기의 자국 영공 통행을 전면 금지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남북 영공을 통과하는 항로 개설 문제가 집중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일부는 14일 “남북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항공 관련 실무회의를 개최키로 했다”며 “남북 간 항공 협력 상호 관심사에 대해 실무적으로 논의하고, 현 단계에서 추진 가능한 분야를 착실히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의는 북한이 지난주 개최를 요구해 이뤄지게 됐다. 항공 분야 협력은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당시 남북 정상이 합의하지 않은 사안이어서 회의 개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국토교통부가 북측이 제시할 의제를 아직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며 “북측이 회의 당일 의제 등을 공개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어 “북측이 최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신규 항로 개설을 요구했는데, 이와 관련한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2월 ICAO에 인천 비행정보구역(FIR)을 통과하는 신규 항로 개설을 요구한 바 있다. 남북 FIR을 연결하는 신규 항로를 개설해 제3국으로 향하는 최단 노선을 미리 확보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우리 항공사도 북한 영공을 통과하는 노선을 이용하면 비행거리를 수백㎞ 단축할 수 있어 상당한 수준의 유류비 절감이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대북 제재 완화 이후 인천∼평양, 인천∼백두산(삼지연공항) 등 남북 직항로 개설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남북 직항로 개설이나 영공 통과 문제는 모두 대북 제재 위반 소지가 있어 합의가 쉽지 않다. 현재는 미국 동의 없이 북한을 방문한 항공기는 180일간 미국에 입국하지 못한다. 따라서 미국의 대북 제재가 완화되지 않는 이상 남북 직항로 개설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 회당 80만원 수준인 북한 영공 통과료 지불도 대북 제재 위반일 수 있다.

한편 15일부터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던 한 민간 태권도 단체의 방북이 연기됐다. 이 단체는 당초 김포공항에서 고려항공 전세기를 이용하려고 했으나 고려항공이 한국과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이라 입국이 무산됐다. 지난 2월 방남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민항기가 아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전용기인 참매 1호를 타고 입국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