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지상파 방송사에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다. 방통위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광고매출이 줄어 재정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지상파 방송사의 매출이 줄었다는 주장은 타당한 것일까. 최근 한국신문협회 발표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매출은 2011년 2조3754억원에서 2016년 1조6228억원으로 7526억원 감소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이 소유하고 있는 자회사의 수입과 재송신료 수입 등을 포함한 전체 매출은 3조9145억원에서 3조9987억원으로 842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프로그램 판매 수입과 재송신료 수익은 2011년 398억원에서 2017년 2539억원으로 60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수익 증가로 지상파 3사가 보유한 이익잉여금이 2017년 말 기준으로 2조5116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1년 2조2064억원에서 3052억원 늘어난 수치다. 결국 지상파 방송사와 방통위가 중간광고 허용을 주장하면서 내세운 재정 악화는 억지 주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지상파 방송사들의 중간광고 허용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은 시청자의 권리와 이익이다. 중간광고를 포함한 모든 방송광고는 시청자들을 담보로 방송사들이 광고주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얻는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방송사는 시청자들 덕분에 광고라는 수단을 이용해 경제적 이윤을 획득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광고정책을 논의할 때 무엇보다 시청자들의 이익을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할 수 있는데 과연 그러한가.
그런데 지난달 4일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 허용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반대’ 응답이 전체 응답의 60.9%로 ‘찬성’ 30.1%보다 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상파 방송사들에게 경제적 이윤을 담보해주는 시청자들 상당수가 중간광고 도입을 반대하고 있는 것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결과에도 방통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지상파 방송사의 중간광고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방통위는 도대체 시청자의 이익과 권리를 생각하는 기관인지, 아니면 지상파 방송사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기관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또한 지상파 방송사에 중간광고가 도입되면 방송 프로그램의 공공성과 질이 저하될 위험성이 커진다. 중간광고로 인해 광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게 되고, 수익 증대를 노리는 지상파 방송사들은 더 많은 광고를 유치하기 위해 시청률 경쟁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시청률 경쟁의 심화는 결국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방송 콘텐츠 제작을 불러와 방송 프로그램의 질을 떨어뜨리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들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상파 방송사들은 시청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중간광고 도입을 주장할 것이 아니다. 먼저 필요 이상으로 방만한 방송사 규모부터 줄여 재정 건전성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광고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자회사를 늘리는 등 몸집을 키워오면서 재정적 악화를 초래했던 요인들부터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인력을 줄이고, 조직을 콘텐츠 제작 효율성이 높은 형태의 조직으로 슬림화할 필요가 있다. 영국의 BBC도 직원을 12% 감원하는 등 경영 효율화를 통해 연간 3%의 예산을 절감해 디지털 방송 재원을 충당한 사례가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조직 슬림화나 제작 시스템 개혁 등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매체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게 매우 중요해졌다. 그런데도 중간광고와 같은 제도적 지원을 통한 손쉬운 방법으로 자신들의 재정적 어려움을 타개하려고 하는 것은 방송사의 존재이유인 시청자들을 무시하는 행위라고밖에 볼 수 없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시사풍향계-최진봉] 지상파 중간광고는 시청자 무시 행위
입력 2018-11-15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