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학계에서 ‘그리스도론’의 대가로 꼽히는 김동건 영남신학대 교수가 ‘그리스도론’을 통해 한국교회 위기의 원인을 진단하고 애정 어린 고언을 들려줬다.
김 교수는 12일 국민일보가 창간 30주년 기념으로 대한기독교서회와 함께 개최한 북토크 ‘그리스도는 누구인가, 시대가 묻고 김동건이 답하다’에서 깊이 있는 신학적 통찰을 바탕으로 예수가 강조한 구원의 현재성을 역설했다.
그는 올해 발표한 저서 ‘그리스도론의 역사’ ‘예수: 선포와 독특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그는 “각 시대마다 자신의 그리스도론이 필요하다”며 20세기 이후 세계적인 신학자들이 예수 그리스도와 만난 방법을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칼 바르트와 루돌프 불트만, 디트리히 본회퍼라는 세 유형을 소개했다.
그는 “한국교회에 시대를 이길 수 있는 살아있는 선포가 없어지면서 위기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그리스도에 대한 고백이 활기를 잃었고 기독교인의 구원 고백이 삶 속에서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교회의 구원론을 점검하면서 김 교수는 “신자들이 하나님의 존재를 먼저 체험하려 하기 때문에 하나님을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육신한 예수를 통해 우리는 역사 속에서 활동하는 하나님을 먼저 만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구원을 미래적 종말론적으로만 이해해선 안 된다. 구원은 오늘 여기에서 체험할 수 있어 현재적이고 역사적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한국교회는 성경말씀, 기도, 교회생활 등 종교적 차원만 강조했는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삶 속에서 구원의 다양한 차원을 체험하는 일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했다. 성경 속 생명, 사랑, 평화, 화해, 용서, 소외되고 가난한 자를 위한 헌신 등을 개념으로 만나면 모호하지만 삶 속에서 구체적인 신앙적 ‘실천’으로 만날 때 구원을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러한 시대정신과 교회의 괴리를 극복하기 위해 목회자와 신학자, 성도 등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제안도 내놨다. 김 교수는 “국민일보와 기독교서회가 가칭 미래위원회를 구성해 통찰력 있는 신학자, 목회자, 전문성을 가진 신자를 참여시키면 좋겠다”며 “이 시대의 인간론과 교회론, 새로운 우주관에서 신앙, 생명복제와 신앙, 우리시대의 구원론 등을 연구토록 하고 보도와 출판을 통해 한국교회와 공유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교수는 2부에서 사전에 받은 질문과 참석자의 현장 질문에 답변하는 즉문즉답 시간을 가졌다. 역사적 예수 연구와 신앙의 양립 가능성, 사이보그 등 포스트 휴먼 시대에 걸맞는 구원의 선포와 같은 그리스도론의 핵심 주제들이 나왔다. 집필 과정에서의 에피소드, 평소 사고 훈련 방식 등 개인적인 층위의 질문도 이어졌다. 김 교수는 북토크 내용에 시간 부족으로 다루지 못한 질문과 답변을 추가해 소책자로 발간할 계획이다.
이날 행사에는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200여명의 신학생과 목회자, 평신도들이 고루 참석했다. 목회자들은 “신학이 목회의 길을 보여준 자리였다”며 “이런 기회가 많아지면 유익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대희 경기도 안양 일터교회 담임목사는 “1998년 신대원 졸업 후 현장 사역에만 힘쓰다보니 신학서적을 펼쳐볼 기회가 없었다”며 “이번 북토크에서 많은 것들이 정리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왕보현 서울 남대문교회 장로는 “신학에 대한 이해가 신앙의 깊이를 더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신앙과 신학이 함께 성숙해야 건강한 신앙인이 된다는 걸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김나래 장창일 기자
“시대를 이길 살아 있는 선포가 없어 교회 위기”
입력 2018-11-14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