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대신 미세먼지 수능… 고사장내 마스크 착용 허용

입력 2018-11-14 04:00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한파’는 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세먼지 발생 가능성이 있어 수험생들은 마스크를 쓴 채 시험을 치러야 할 수도 있다.

환경부 산하 대기질통합예보센터 ‘에어코리아’는 수능일인 15일 대기오염물질이 서쪽 지방에서 정체돼 쌓이면서 서울과 인천, 경기 남부와 충남 지역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단계일 것으로 13일 내다봤다. 기상정보업체 K웨더의 대기 질 예보서비스 ‘에어가드K’도 서쪽 지역의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모두 ‘한때 나쁨(6시간 미만 나쁨)’ 단계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세먼지 농도를 높일 주요 요인은 중국 산둥반도에 자리한 고기압이다. 이 때문에 한반도에는 바람이 불지 않아 미세먼지가 제 자리에서 축적된다는 분석이다. 대기질통합예보센터 관계자는 “수능날 오전 중에는 대기가 정체될 것으로 예상되고 오후 들어 동풍 계열 바람이 불더라도 강도가 약할 전망”이라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대기 정체만으로도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때를 맞춰 중국의 대기오염 지표가 급상승하고 있는 것도 국내 미세먼지에 영향을 줄까 우려한다. 중국 생태환경부에 따르면 이날 베이징에는 오전부터 스모그 황색경보가 발령됐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오후 4시 현재 236㎍/㎥까지 치솟았다. 베이징의 공기질지수(AQI)는 최고 286까지 올라 5급(심각한 오염) 수준이었다. 시내 일부 지역에선 AQI가 300을 넘어 최악인 6급을 기록했다. 베이징과 톈진시, 허베이성을 일컫는 징진지와 그 주변 지역 등의 대기는 13∼15일 심각한 오염 상태일 것으로 예측됐다.

다행히 아직까지 중국의 미세먼지가 수능날 한반도에 상륙할 가능성은 낮다. 대기질통합예보센터 관계자는 “예상되는 기류 상 국내에 중국 미세먼지가 유입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이날 각 시·도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수능 당일 미세먼지 농도가 나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수험생들이 마스크를 착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라고 요청했다. 고사장에 들어간 이후에는 마스크를 벗는 것이 원칙이지만, 신원 확인 등의 절차가 끝난 후에는 학생의 요청에 따라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시험을 볼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미세먼지에 대한 민감도는 학생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특정 기준을 정하지는 않았다”며 “마스크는 반입 금지 물품도 아니어서 학생의 요청에 따라 자유롭게 착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침이 심하거나 천식이 있는 호흡기 민감군 수험생은 별도 시험실 배정을 요청할 수 있다. 전국의 수능시험장은 비상상황에 대비해 보건실 등을 활용해 3∼4명이 응시 가능한 별도 시험실을 마련해놓고 있다.

기상청은 수능일 아침 기온이 3∼8도로 평년과 비슷하지만 복사냉각 현상으로 다소 쌀쌀할 것으로 예보했다. 낮 기온은 13∼17도로 평년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을 전망이다.

조효석 이재연 기자,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