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이 안 좋다고 은행에서 옥석구분 없이 도매금으로 자동차 부품업체 대출을 기피해서는 안 된다.” 서진산업 한상학(54) 대표이사는 13일 경기도 서진산업 화성공장에서 열린 자동차 부품업체 현장간담회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1966년 설립된 서진산업은 현대·기아차의 1차 협력 부품업체다.
이날 화성공장에선 기아차 니로 등 인기 차종의 부품을 조립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직원 841명의 서진산업은 외환위기도 견뎌낸 탄탄한 중견기업이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7% 늘어난 68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런 서진산업도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자동차산업 위기론이 불거지자 미래 자동차 부품 개발을 위한 투자자금 조달에 애를 먹는 중이다.
한국 자동차산업은 거센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의 친환경 자동차업체들이 약진하면서 중국시장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미국이 수입 자동차에 25%의 고율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수출 전선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통상팀 고위 관료들과 관세부과를 어떻게 진행할지 논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관세 부과가 실제로 진행되면 한국 자동차산업은 존폐 기로에 몰릴 수 있다. 현대차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28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나 줄었다. 완성차업체의 부진은 부품업체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조승현 KDB산업은행 부행장 등은 이날 자동차 부품업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애로사항을 들었다.
업체들은 은행 등이 ‘비 올 때 우산을 뺏는 행태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국내 모든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나쁜 상황에 빠졌다고 폄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엠에스오토텍 이태규(47) 대표는 “오히려 무역환경 변화로 중국에서 생산하던 부품을 한국으로 돌리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글로벌 플랫폼으로 변화하려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매출액이 20조∼30조원에 이르는 해외의 대형 업체들과 경쟁하려면 금융시스템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매출 규모가 큰 전기차 회사와 거래를 할 때 이 회사의 신용이 낮으면 부품업체의 대출한도에 제한이 걸리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이 대표이사는 “국내 금융지원 프로그램으로는 해외 프로젝트 수주 및 사업화에 한계가 많다”고 했다.
금융위원회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도울 수 있도록 1조원 규모의 기업구조혁신펀드를 조성했다. 서진산업은 1호 기업으로 선정돼 한국성장금융 등으로부터 600억원을 투자받게 됐다. 서진산업은 신차종 수주를 위한 설비투자 등에 자금을 활용할 계획이다.
금융지원을 넘어서 노동시장 구조개혁 등이 필요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주52시간 근무시간 시행으로 조업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생산성 및 품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하소연이 나왔다. 한상학 대표는 “불가피하게 시간을 맞추기 위해 도급 인원을 운용하고 있다”며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화성=나성원 기자 naa@kmib.co.kr
차 부품업체들 “옥석 구분없이 대출 기피, 비 올 때 우산 뺐나”
입력 2018-11-14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