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제약·바이오株’… 숨 고르기냐 위기 징후냐

입력 2018-11-14 04:00
제약·바이오업종의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폭락장을 연출하더니 하루 만에 대부분 종목이 오름세를 보이며 오락가락한다. 천당과 지옥을 오간 투자자들은 일시적 ‘숨 고르기’인지 장기 성장성에 ‘빨간불’이 켜진 것인지 혼란스러워한다. ‘거품 논란’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약·바이어업종 전반이 급등 흐름을 탔던 올해와 비교해 내년은 다르다고 내다본다. ‘기대감’만으로 투자하는 시기는 지난 만큼 ‘옥석 가리기’에 들어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코스피시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9.81%나 오른 31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20조7000억원으로 하루 만에 1조9000억원 가까이 불어났다. 전날에는 거듭 불거진 고의 분식회계 의혹으로 상장폐지 가능성까지 언급되면서 22.42% 폭락했었다. 다만 3분기 ‘어닝 쇼크’(시장 예상치보다 낮은 실적)를 맞은 셀트리온은 이날도 0.74% 하락했다.

제약·바이오업종의 주가 변동성이 극심해지면서 의혹의 눈초리도 강해지고 있다. 셀트리온의 코스피시장 이전 상장,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 영향으로 제약·바이오종목 주가가 실제 기업가치보다 많이 올랐던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의심은 숫자로도 나타나고 있다. KRX헬스케어지수는 올해 1월 15일(4918.37)과 비교해 35% 정도 추락했다.

셀트리온 어닝 쇼크가 불러온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 위기’도 거품 논란에 불을 붙인다. 셀트리온의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대폭 줄어든 원인이 셀트리온에서 공급하는 바이오시밀러 단가 인하에 있다는 것이다. 홍가혜 대신증권 연구원은 “바이오시밀러 경쟁 심화로 셀트리온의 ‘트룩시마’ 공급 단가가 15∼20% 정도 내렸고, 공장 증설준비로 가동률이 하락하면서 실적이 부진했다”고 분석했다.

보톡스와 임플란트 등 주요 수출품목 성장 둔화도 제약·바이오종목의 발목을 잡는다. 국내 보톡스 제조사 가운데 중국에서 정식 시판허가를 받은 곳은 없다. 대신 미용실 등 ‘블랙마켓’(암시장)으로 납품되는 수출량이 적지 않았는데, 올해 2분기부터 중국 정부의 블랙마켓 감시가 강화되며 이마저도 쉽지 않아졌다. 임플란트도 중국 규제, 국내 업체 간 경쟁 심화로 성장세가 다소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구완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보톡스와 임플란트 등 주요 수출품목 성장 둔화에 따라 실적 전망치가 하향 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가 제약·바이오업종의 장기 성장성을 해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수출 비중이 높은 고성장 기업과 연구·개발(R&D)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는 기업에 높은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며 “임상 3상을 수행하고 있는 신라젠, 바이로메드, 에이치엘비 같은 기업 중 일부가 내년에 임상 결과를 공개하면 시장에서 받고 있는 높은 가치가 증명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치열한 경쟁으로 실적이 악화된 바이오시밀러는 미국 시장을 뚫을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구 연구원은 “아직 초기 시장인 미국에 침투하는 비율이 급격히 높아진다면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