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연기 혼란 겪고도…포항 지진 1년 지나도 수습 안된 재난

입력 2018-11-14 04:00
지진 발생 후 1년이 다 되었지만 13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실내체육관에는 여전히 이재민 200여명이 텐트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포항교육지원청 관계자가 수능 시험장인 유성여고의 안전성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이다.
4곳 보강 안돼 학생·학부모 불안, 교육 당국 “내벽 등 추가 점검”
상황반 꾸리고 상담사도 배치, 일부 주민들 여전히 체육관 생활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오는 15일 치러진다.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지 꼭 1년째 되는 날이다. 지진 공포를 체감했던 포항에서는 이전과 사뭇 다른 수능 직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수능일을 이틀 앞둔 13일 오전 포항 유성여고에 김영석 포항교육지원청 교육장과 공무원들이 찾아왔다. 이미 지난달에 교육부와 합동으로 포항 관내 시험장에 대한 점검을 벌였지만 대동고와 유성여고, 영일고, 세영고 4곳의 시험장에 아직 내진 보강이 이뤄지지 않아 일부 학부모와 학생들이 우려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이들은 유성여고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갈라지는 등의 피해를 입은 내벽 복구 상황 등을 살폈다. 류상진 유성여고 교장은 “구조적인 문제가 없고 합동점검 때 나온 일부 마감에 대한 지적 사항도 모두 보강했다”며 “시험장으로 사용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날 4개 학교를 모두 둘러본 김 교육장은 “합동점검 때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이곳에서 시험을 치르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한 번 더 점검하는 것”이라며 “4개 학교는 수능이 끝나면 바로 보강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1년 전 지진으로 수능일이 연기되는 등 큰 혼란을 겪은 교육당국은 시험장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경북도교육청은 포항과 경주지역 시험장에 지진가속도계측기를 설치했고 수능일과 수능 전날 지진을 대비해 비상대책 상황반을 운영하기로 했다. 포항교육지원청은 수능일 포항지역 각 시험장에 상담사를 1명씩 배치해 학생들의 심리 안정을 돕기로 했다.

하지만 수험생들은 의연했다. 유성여고 박한솔(19)양은 “큰 여진이 줄면서 점차 안정을 되찾았다”며 “친구들도 지진 걱정을 접어두고 수능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앙지였던 포항 북구 흥해읍 일대는 여전히 1년 전의 상흔을 간직하고 있었다. 지진의 상처를 치유하기에 1년이라는 시간은 부족해 보였다. 이날 다시 찾은 흥해실내체육관에는 여전히 이재민 208명(91가구)이 텐트에서 불편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특히 이들 중 195명(82가구)은 지진 당시 ‘소파’(보강 후 사용 가능) 판정을 받아 이주 대상에서 제외된 한미장관맨션 주민들이었다. 이들은 포항시의 수리비 지원 방침에 반발하며 대구지방법원에 행정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체육관에 1년여 동안 머문 차석도(73·한미장관맨션)씨는 “먹는 것, 씻는 것, 자는 것 모두 불편하지만 불안해서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며 “포항시가 제대로 이주대책을 마련해주지 않아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지진 상흔은 여전히 당시 상황을 떠올리게 했다. 지진으로 건물이 기우는 등 큰 피해를 입은 흥해읍 대성아파트 입구는 여전히 ‘폐쇄’ 경고문과 쇠사슬로 막혀 있었고 아파트는 벽면과 유리창 곳곳이 파손된 상태 그대로 방치되고 있었다. 인근 한미장관맨션 역시 떨어져나간 벽과 금이 그대로였다. 주민들의 마음에도 상흔은 남아 있었다. 인근 주민 이모(49)씨는 “지진이 발생하고 5개월 동안 불안감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며 “처음보다는 나아졌지만 아직 소리나 흔들림에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1년 전 지진으로 포항에서는 118명의 부상자와 2000여명의 이재민(전·반파), 5만6987건의 물적 피해(피해액 846억원)가 발생했다. 복구비용으로 지금까지 1795억원이 들었다. 아직 복구가 진행 중인데 특히 민간시설의 경우 절차 등의 문제로 복구를 시작조차 못한 곳도 상당수다.

포항=글·사진 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