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노동자 문제 함께 나누고 그들의 마음 치유하는데 앞장서야”

입력 2018-11-14 00:05
노동자와 목회자들이 13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산업선교회관에서 열린 60주년 기념 선교심포지엄에 참석해 노동선교가 나아갈 방향을 토의하고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2008년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조합원들은 고공농성과 단식투쟁을 벌인다. ‘더 이상의 비정규직은 안 된다’는 얘기를 세상에 전하기 위해서였다. 유흥희 기륭전자분회장은 13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산업선교회(산선·총무 진방주 목사) 회관에서 열린 ‘60주년 선교 심포지엄’에 참석해 목회자·노동자들과 함께 고민을 나눴다. 그는 “산선의 목사님과 교인들이 함께 촛불 기도회를 열고 손을 내밀어 주던 일이 기억난다”며 “어렵고 힘들 때 누군가 내 손을 잡아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촛불 기도로 시작된 유 분회장과 산선의 인연은 ‘발바닥으로 읽는 성서’라는 현장 심방과 심리치유상담을 위한 ‘노동자 품’ 모임으로 이어졌다. 산선은 노동자를 위로하고 그들과 연대함으로써 동반의 주체가 되고자 했다. 기독교가 비정규직 등 노동자에게 사회적 힘을 실어주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유 분회장은 “비정규직이 아니고서는 취업할 수 없는 구조, 평생고용은커녕 미래마저 꿈꿀 수 없는 고용불안과 최저임금 속에서 살아가는 일은 끔찍한 현실”이라며 “노동자들이 연대와 실천 속에 더 적극적으로 삶을 개척하도록 산선이 역할하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홍윤경 노동선교부장은 1993년 한 기업의 노동자로 산선과 인연을 맺었다. 회관에서 대자보를 인쇄하고 라면을 끓여 노동자들과 나누던 그는 2011년부터 산선에서 노동선교를 위해 일했다. 수많은 사업장을 찾아가 현장기도회를 열던 그는 “기독교적 연대란 옆에 있어 주고 약한 모습까지 그대로 받아주며 끝까지 따뜻한 눈빛으로 지켜봐 주는 것”이라고 했다.

참석자들은 교계와 노동계를 잇는 전국적 네트워크를 구축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노동 의제를 교계에 알려 참여와 연대를 독려하는 연결고리의 소임을 수행하자는 것이다. 홍 부장은 “노동이라는 주제가 교회 내 예배와 성경공부 속에서 다뤄지도록 하자”며 “전국 교회가 지역의 노동자 문제를 함께 이야기하고 그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데 나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