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R 규제 시행 2주 됐지만 예·적금담보대출 혼선 여전

입력 2018-11-13 18:37

“예·적금담보대출은 소득증빙 없어도 된다던데요.” 13일 서울의 한 은행 지점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대출을 받으러 온 중년의 여성 고객은 은행 직원을 향해 하소연을 하기도, 항의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직원은 “그런 지침은 없다. 예·적금담보대출도 원천징수영수증 등 소득증빙 서류를 지참하셔야 한다”고 답하기만 했다. 끝내 이 여성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규제가 지난달 31일부터 시행됐지만 아직도 예·적금담보대출을 둘러싼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 당국은 예·적금담보대출도 DSR 규제범위에 포함했다.

그러자 급전이 필요한 고령층이 예·적금을 해약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달 초 일부 언론에선 ‘은행들이 사실상 예·적금담보대출의 경우 소득증빙을 받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이를 접한 주부나 은퇴자들이 은행을 찾았지만 은행에선 여전히 소득증빙을 요구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장에서 빚어진 혼란의 이면에는 은행마다 제각각인 속사정이 깔려 있다. 은행들은 전체 대출 가운데 DSR 70% 이상인 ‘위험대출’ 비중을 15%까지 낮춰야 한다. 여기에서 은행 사이에 차이가 발생한다. 위험대출 비중이 높은 은행들은 소득증빙 자료를 꼼꼼하게 요구한다. 그렇지 않은 일부 은행은 ‘주거래고객’임을 감안해 예·적금담보대출에 한해 소득증빙을 받지 않거나 자체 평가모델을 기반으로 대출을 해주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소득증빙 자료를 받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면서도 “은행마다, 지점마다 사정이 모두 다르다”고 말했다.

고객 항의가 빗발치자 일부 은행은 ‘비대면 대출은 소득증빙 자료가 필요 없다’는 걸 일종의 팁처럼 알려주기도 한다. 한 은행의 대출 담당 직원은 “해당 기사를 출력해 항의하는 고객도 있었다”며 “정말 급하게 돈이 필요한 고객에게는 ‘인터넷이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대출을 신청하면 따로 소득증빙 자료를 안 내도 된다’고 귀띔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에 따르면 DSR 규제를 앞둔 지난달 은행권과 제2금융권 가계대출이 10조4000억원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9월 증가액 4조4000억원보다 배 이상 늘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