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째 강아지를 키우는 신모(25·여)씨는 그동안 펫보험에 관심이 없었다. 펫보험이 보장해주는 범위가 작아 실용성이 떨어진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큰 고민이었던 슬관절(무릎뼈 관절) 수술을 보장해주는 보험이 없었다. 신씨는 “펫보험을 드느니 차라리 적금을 드는 게 낫다는 이야기에 적금을 부어왔다”며 “당장 강아지 무릎뼈 치료와 스케일링을 같이 해줘야 해서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신씨 같은 고민을 안고 있던 견주를 겨냥한 펫보험이 우후죽순 출시되고 있다. 그동안 보장되지 않던 무릎뼈와 피부질환 등으로 보장범위를 넓히고, 보장기간도 늘리는 추세다. 보험업계에서는 기존 보험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자투리 보험’으로 경쟁의 장(場)이 확대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펫보험이 손해보험사들의 격전지로 떠올랐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 무릎뼈 질환 보장이다. 소형견은 무릎뼈가 빠지는 ‘슬개골 탈구’를 흔히 겪는데, 대부분 기존 펫보험은 손해율 악화를 이유로 무릎뼈 질환을 보장해주지 않았다. 먼저 금기를 깨뜨린 건 메리츠화재다. 메리츠화재는 지난달 펫보험 ‘펫퍼민트’를 출시하면서 무릎뼈와 피부, 구강 질환을 기본으로 보장해주기로 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12일 “역선택 문제 등으로 (무릎뼈를) 보장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관련 손해율을 반영해 상품을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역선택’은 가입자와 보험사 간 정보 불균형으로 보험사가 손해 보는 결정을 내리게 되는 현상을 뜻한다.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도 연달아 무릎뼈까지 커버하는 펫보험을 선보였다.
낮은 보험료나 긴 보장기간을 강점으로 내세운 보험들도 나왔다. KB손해보험은 최근 연간 보험료 10만원대의 ‘사회적협동조합 반려동물 보험’을 내놨다. DB손해보험은 만 8세 반려견도 가입 가능하고, 20세까지 보장되는 ‘아이러브펫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수의사를 뽑는 보험사들까지 등장했다.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는 전문성을 더하기 위해 수의사를 1명씩 채용해 상품 기획 단계부터 보험금 지급 과정까지 의견을 내도록 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펫보험에 뛰어드는 건 장기적인 이유가 크다. 포화상태가 돼버린 기존 보험시장에서 1000만명이 넘는 반려동물 인구는 매력적인 고객층이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정부에서 소액 보험을 독려하는 정책을 펴고 있기도 하고, 웬만한 보험 상품이 다 나온 터라 ‘자투리 보험’에 신경을 쓰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넘어야 할 과제는 아직 많다. 국내 펫보험은 2000년대 중반 처음 등장했지만 보험금 중복청구, 역선택 등으로 손해율 개선이 쉽지 않아 자리를 잡지 못했다. 2014년부터 시행된 반려동물 등록제의 참여율도 아직 저조하다. 이 때문에 메리츠화재는 가입할 때 개를 식별할 수 있는 몇 가지 요소를 꼭 차트에 적도록 하고 있다. 삼성화재도 1년 또는 3년마다 갱신과 심사를 거친다.
동물병원마다 제각각인 진료비도 골칫거리다. 또 다른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사람의 건강보험이 급여화되면서 정리돼가는 것처럼 동물의 병원비도 앞으로 정비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불붙은 펫 보험 시장, “반려견 무릎뼈·피부질환까지 보장”
입력 2018-11-13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