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한파에 실업급여 급증, 내년 기금 지출 첫 9조원 돌파

입력 2018-11-12 18:07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의 실업급여 지급 통장인 실업급여계정 지출이 내년에 사상 처음으로 9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고용 한파가 맞물리면서 지출 증가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수익은 제자리걸음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고용보험요율이 현행 수준을 유지하는 게 주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재정 고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12일 공개한 ‘2019년 환경노동위원회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예상되는 실업급여계정 지출액은 9조1905억원이다. 7조7187억원이 지출된 올해보다 1조4707억원(19.1%)이 늘면서 2년 연속 1조원대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됐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2020년 실업급여계정은 10억원을 넘어선다.

실업급여계정이란 사업주와 근로자가 내는 고용보험료 가운데 실업급여와 출산전후 휴가급여, 육아휴직급여를 지급하기 위해 적립한 기금을 말한다. 이 중 지출 증가를 불러온 핵심 요인은 실업급여다. 특히 크게 4가지 실업급여 항목 중에서도 실직자의 재취업을 위해 지급하는 ‘구직급여’ 증가폭이 두드러진다. 내년 구직급여 편성액은 올해(6조1571억원)보다 1조2522억원(20.3%)이나 늘었다.

구직급여 지출이 빠른 속도로 늘어난 요인으로는 최저임금 인상과 침체된 고용 시장이 꼽힌다. 구직급여 지급액은 일하던 곳에서 지급받던 평균 임금의 50%로 책정된다. 최저임금이 늘면 늘수록 저임금 근로자가 받을 수 있는 돈이 늘어난다.

올해부터 일일 지급 상한액이 기존 5만원에서 6만원으로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지급액 기준이 올라가더라도 실업자가 적다면 지출은 줄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고용노동부의 노동시장동향 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구직급여를 신청한 실업자 수는 40만1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8만1000명(25.4%)이 늘었다.

지출과 달리 수입 구조가 변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정부가 추진하던 고용보험요율 인상은 흐지부지된 상태다. 그러다보니 적립금 규모는 그리 늘지 않았다. 예산정책처는 “재정수지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하면서 고용률 감소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정부 2기 경제팀 역시 실업급여 문제의 핵심인 고용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예정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고용 상황을 엄중하게 생각한다”며 “(민생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을 잘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