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들이 용서와 화해·회복과 치유의 주역으로”

입력 2018-11-13 00:03
전우택 연세대 의대 교수가 12일 서울 남서울교회에서 열린 제16회 ‘피스메이커의 날 기념 콘퍼런스’에서 기독교인들이 한반도의 진정한 용서와 화해의 주역이 돼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한반도에 조성되고 있는 평화 기류를 확대해 나가기 위해 기독교인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서울 남서울교회에서 12일 열린 제16회 ‘피스메이커의 날 기념 콘퍼런스’에서는 기독교인들이 용서와 화해, 회복과 치유의 주역이 돼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한국피스메이커(이사장 이철 목사)가 주최한 콘퍼런스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응답’을 주제로 진행됐다.

첫 발표자로 나선 전우택 연세대 의대 교수는 “북한을 용서하고 서로 화해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기독교 신앙”이라면서 “남북 정상의 포옹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상처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한반도평화연구원장을 지낸 전 교수는 정신의학자 관점에서 남북문제를 연구해 온 학자다.

전 교수가 말하는 용서와 화해는 역설적이게도 ‘서로 용서할 수 없다’는 데서 출발한다. 그는 “남북은 전쟁과 분단의 시간 동안 서로를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이유를 너무 많이 쌓았다”면서 “단순히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자는 명제만으로는 남북이 이를 극복하고 화해의 길로 나아가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가 말한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걸 용서하는 것만이 진정한 용서’라는 말을 실천해야 남북의 화해가 가능하다”고 했다.

더불어 성경의 가르침을 푯대로 삼자고 제안했다. 누가복음 6장 27절과 37절을 연이어 인용한 전 교수는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미워하는 자를 선대하며’와 ‘용서하라. 그리하면 너희가 용서를 받을 것이요’라는 말씀은 결국 불가능해 보이는 용서의 과정이 내 죄를 용서받는 길이 된다는 것 보여준다”면서 “먼저 용서하자”고 권했다. 그러면서 “남과 북은 서로에게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라면서 “먼저 용서의 길에 들어서는 노력을 기독교인들이 감당하라”고 못 박았다.

김주한 기아대책 대북사업본부장도 “기독교인들의 남북 교류협력은 상처를 회복하고 치유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본부장은 “협정이나 선언은 정치가들의 몫으로 돌리고 기독교인들은 예수 그리스도가 보여주신 사랑의 원자탄을 한반도에 터트리자”면서 “한반도에 ‘치유의 생명나무’를 확산해 갈라진 상처로 가득한 황무지를 회복하는 꿈을 꾸자”고 말했다. 2002년 3월 창립된 ㈔한국피스메이커는 11월 10일을 ‘피스메이커의 날’로 정하고 매년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