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조성되고 있는 평화 기류를 확대해 나가기 위해 기독교인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서울 남서울교회에서 12일 열린 제16회 ‘피스메이커의 날 기념 콘퍼런스’에서는 기독교인들이 용서와 화해, 회복과 치유의 주역이 돼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한국피스메이커(이사장 이철 목사)가 주최한 콘퍼런스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응답’을 주제로 진행됐다.
첫 발표자로 나선 전우택 연세대 의대 교수는 “북한을 용서하고 서로 화해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기독교 신앙”이라면서 “남북 정상의 포옹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상처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한반도평화연구원장을 지낸 전 교수는 정신의학자 관점에서 남북문제를 연구해 온 학자다.
전 교수가 말하는 용서와 화해는 역설적이게도 ‘서로 용서할 수 없다’는 데서 출발한다. 그는 “남북은 전쟁과 분단의 시간 동안 서로를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이유를 너무 많이 쌓았다”면서 “단순히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자는 명제만으로는 남북이 이를 극복하고 화해의 길로 나아가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가 말한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걸 용서하는 것만이 진정한 용서’라는 말을 실천해야 남북의 화해가 가능하다”고 했다.
더불어 성경의 가르침을 푯대로 삼자고 제안했다. 누가복음 6장 27절과 37절을 연이어 인용한 전 교수는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미워하는 자를 선대하며’와 ‘용서하라. 그리하면 너희가 용서를 받을 것이요’라는 말씀은 결국 불가능해 보이는 용서의 과정이 내 죄를 용서받는 길이 된다는 것 보여준다”면서 “먼저 용서하자”고 권했다. 그러면서 “남과 북은 서로에게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라면서 “먼저 용서의 길에 들어서는 노력을 기독교인들이 감당하라”고 못 박았다.
김주한 기아대책 대북사업본부장도 “기독교인들의 남북 교류협력은 상처를 회복하고 치유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본부장은 “협정이나 선언은 정치가들의 몫으로 돌리고 기독교인들은 예수 그리스도가 보여주신 사랑의 원자탄을 한반도에 터트리자”면서 “한반도에 ‘치유의 생명나무’를 확산해 갈라진 상처로 가득한 황무지를 회복하는 꿈을 꾸자”고 말했다. 2002년 3월 창립된 ㈔한국피스메이커는 11월 10일을 ‘피스메이커의 날’로 정하고 매년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기독교인들이 용서와 화해·회복과 치유의 주역으로”
입력 2018-11-13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