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취임한 지 6개월이 됐다. 대우자동차에서 용접하던 노동운동가 출신의 정치인은 여당 사령탑을 맡은 지 반년 만에 친정인 노동계와 험악한 관계에 놓였다. 한국GM 노조는 지난주부터 그의 지역구 사무실을 점거해 농성을 벌이고 있다. 홍영표 규탄대회도 열렸다. 그가 추진하는 정책과 내놓는 발언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거세게 반발한다. 은산분리 완화와 규제프리존 법안이 그랬고, 탄력근로제 확대와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그렇다. “제조업을 살리려면 노동계도 책임을 다해야 한다”거나 “노동계는 무조건 반대만 하지 말고 대화에 참여하라”는 직설적 발언을 쏟아내면서 갈등은 더욱 격화되고 있다. 홍영표와 노동계의 ‘전쟁’이란 표현까지 등장했다. 노동계는 여권의 중요한 지지기반임에 틀림없다. 그런 집단과의 대립을 여권 핵심 인사가 반길 리도 없다. 그럼에도 조성된 이런 상황은 아직 이 정권에 대한 기대를 버리기엔 이르다는 것을 말해준다. 집토끼를 잃더라도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건 적어도 방향을 잃어버리진 않았다는 뜻이다.
“민주노총은 더 이상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청와대 참모의 시각은 옳다. 연봉이 억대에 육박하는 대형 노조들이 그 집단을 주도하면서 기득권이 됐다. 실업자 취업준비생 비정규직 영세기업 등 실질적 약자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보라. 연봉 3000만∼4000만원 일자리 창출을 평균연봉 8000만원의 노조가 가로막고 있다. 자신들의 고임금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실험에 반대한다. 이런 노조의 취업비리와 고용세습은 절박한 청년들에게 좌절을 안겨주는 적폐가 됐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정책 이견을 대화로 푸는 기구인데 그것에 참여하는 일마저 거부하고 있다. 최근 총파업을 선언하면서는 혁신성장의 열쇠인 규제완화를 ‘촛불민심 역행’이라 규정하며 저지하겠다고 했다. 민주노총 내부에선 홍 원내대표 등 여권 인사를 겨냥해 “다음 총선 때 두고 보자”는 말이 나온다. 이 정권은 지지세력의 권력화라는 위험한 상황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 압박을 견뎌내고 가려던 길을 가야 경제위기 극복을 통한 정권의 성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상생 의지와 사회적 책임을 주문할 대상은 더 이상 대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 못지않게 심각한 양극화가 노동계 내부에서도 상당히 진행됐다. 양대 노총과 대형 노조를 향해 상생과 책임을 요구해야 할 때다. 그들의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정부·여당이 고용노동 정책과 관련해 일관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 한층 거칠어진 여권과 노동계의 긴장관계는 그런 면에서 오히려 기대를 갖게 해준다. 지지에 목말라 끌려 다니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방향을 분명히 설정하고 지켜야 할 것이다.
[사설] 與에 거칠어진 勞… 지지 목말라 끌려다니지 말라
입력 2018-11-13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