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희 ㈔평화를일구는사람들(TOPIK·토픽) 이사장은 드문드문 드러나는 흰머리가 인상적인 ‘교회 어머니’다.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어머니연합회장을 지낸 그는 대북 선교단체인 토픽을 맡아 남북 교류협력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보다 한발 먼저 흰 단발머리를 고수했다고 농담 삼아 말하는 그를 12일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주교좌성당(주성식 신부)에서 만났다.
김 이사장은 “한국사회 내에서 성공회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다”고 잘라 말한다. 하지만 “세계 성공회와의 교류 협력으로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로 방북이 금지됐을 때는 영국의 한 성공회 신부가 트럭에 동승해 토픽의 의약품을 북한 내에 전했다. 지난 10년간 남북관계가 냉온탕을 오갈 때도 일본 미국 홍콩 영국 호주 성공회가 협력해 대북 지원을 멈추지 않았다.
김 이사장은 세계 성공회와 대한성공회, 나아가 한국교회를 연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지난 4월 서울 연동교회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연합기도회’를 열었을 때는 봉헌기도를 맡았다. 평신도로서는 이례적인 순서였다.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토픽은 지난 8월부터 북한 나선시 외곽에 작은 보건소 짓는 일을 돕고 있다. 김 이사장은 “북한의 시외 지역에는 의료진이 있어도 시설이 노후한 곳이 많다”며 “매 분기 보건소에 의료장비와 약품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남 갈등을 치유하는 일도 토픽의 역할이다. 토픽은 매월 첫째 주 토요일 성직자와 성도, 학생들과 함께 강원도 철원 등 비무장지대(DMZ)를 순례하며 평화를 염원하는 평화영성순례를 진행한다. 김 이사장은 “남과 북이 평화를 향해 나아가다 보면 역사의 아픔에서 비롯된 사람들 간의 갈등과 마주할 것”이라며 “교회는 합당한 교육과 훈련으로 그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픽은 2007년 경기도 파주와 북한 금강산에서 개최된 제1차 세계성공회평화대회 때 설치된 성공회 평화통일선교특별위원회의 후신이다. 조만간 3차 세계성공회평화대회를 필리핀이나 동북아시아의 한 국가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김 이사장은 “70년 이상 분단의 아픔을 경험한 민족 앞에 성공회가 해야 할 작은 실천을 하는 것”이라며 “분단의 아픔을 극복하고 화해와 일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은 우리에게 숙명”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11)] 김택희 ‘평화를일구는사람들’ 이사장
입력 2018-11-13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