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클래식 프로그램을 진행한 음악평론가 장일범(50)이 12일부터 국악방송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사람들이 아침에 덩실덩실 춤을 추며 출근하고 하루를 신명나게 시작할 수 있도록 돕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라디오에서 듣던 명랑한 톤 그대로였다.
그는 국악방송 FM라디오(서울·경기 99.1㎒, 부산 98.5㎒)에서 출근시간인 오전 7시부터 2시간 동안 퓨전 국악을 들려주는 ‘창호에 드린 햇살’ 진행자로 나섰다. 장일범은 “국악을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애정이 많았다. 황병기 안숙선 장사익 송소희 등 국악인과도 공연을 꾸준히 해왔다. 재미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한국외대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한 그는 음악전문지 ‘객석’ 기자로 일했다. 러시아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성악을 공부한 그는 2005년 KBS 제1FM(93.1㎒)의 심야 프로 ‘음악풍경’을 시작했다. 이후 정오 프로 ‘생생 클래식’을 거쳐 지난 5월까지 무려 13년간 ‘장일범의 가정음악’ 진행자로 클래식 라디오 프로그램을 맡아왔다.
반년 만에 다시 라디오 고정 진행자가 된 장일범은 “국악방송의 제안을 받고 나서 황병기 선생이 생전에 내게 한 말이 생각나더라. ‘매일 자기에게 일정한 일이 주어지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 방송을 그만두지 말고 하라’고 하셨다. 팟캐스트와 유튜브로도 방송을 하고 있지만 매일 청취자들을 만나는 건 확실히 신난다”며 싱글벙글했다.
국악방송은 장일범을 비롯해 김경란과 김필원 아나운서, 소리꾼 김용우를 이번에 새 DJ로 세웠다. 그는 “국민들이 국악에 더 친숙해지도록 만들기 위해 청취자들에게 잘 알려진 진행자를 많이 섭외한 것 같다”고 했다. 국악을 지루한 것으로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그런 인식을 깰 수 있을지 물었다.
그는 “클래식도 똑같지 않냐”고 반문했다. 이어 “내가 주로 마이너 쪽과 친한 것 같다. 가발 뒤집어쓰고 경기민요 부르는 퓨전 민요밴드 ‘씽씽(Ssing Ssing)’ 등도 소개하면서 국악의 저변을 넓혀보겠다. 양악을 공부한 내게 국악방송은 음악 인생의 새로운 전기가 될 것 같다. 제2의 인생을 사는 기분”이라고 했다.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방송을 진행할까. 그는 “원래 ‘올빼미형’ 인간인데 이제부터 일찍 일어나 마음을 정갈히 할 생각이다. 아침은 하루를 시작하는 희망의 시간이다. 정악, 가야금 산조, 판소리 등 다양한 국악을 들려주겠지만 내 스타일대로 발랄함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국악방송 마이크 잡은 장일범 클래식 평론가 “아침 출근길 ‘덩더쿵’ 신명 기대하세요”
입력 2018-11-13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