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노믹스(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 ‘시즌2’를 이끌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9일 밤늦게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처음 던진 말은 “경제 활력 제고”였다. 민생경제 회복, 경제체질 개선에 주력하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홍 후보자의 발언은 2% 저성장 국면으로 추락하고 있는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에 다시 불을 붙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그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정부 전망치(2.9%)보다 낮게 예상하기도 했다.
다만 큰 틀의 정책 기조에서 변화를 예고하지 않았다. 홍 후보자는 최근 경제 여건에 대해 “올해 어려움이 내년에 금방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재 경기 상황이 위기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저성장 국면은 맞지만 경제 위기는 아니라는 청와대 주장과 비슷하다. J노믹스의 세 바퀴인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홍 후보자는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을 더 떨어뜨린다는 비판을 받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일부 조정과 보완을 하면 된다”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고용에 미친 영향은 단언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부분적으로 영향을 줬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미 속도조절이 됐다”고 말했다. 2기 경제팀이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기조를 크게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2기 경제팀이 소득주도성장을 분배정책으로 두고, 성장동력을 되찾을 별도 정책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진단한다. 청와대가 성장정책이라고 지목하는 혁신성장에서 얼마나 성과를 내느냐가 2기 경제팀의 성공과 직결되는 것이다. 홍 후보자가 강조한 ‘경제 활력’도 혁신성장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그는 “성장을 이루기 위한 대표적인 것이 혁신성장이고, 함께하는 것이 소득주도성장”이라고 설명했다.
핵심은 규제 개혁과 주력산업의 위기 돌파다. 2기 경제팀의 혁신성장 앞에는 두 가지 과제가 놓여 있다. 첫 번째는 꼬인 실타래를 풀어낼 리더십 복원이다. 정부는 지난달 24일 혁신성장 대책을 발표했지만 방향성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 추진과제를 제대로 내놓지 못했다. 얽히고설킨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조정자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음을 고스란히 노출했다. 대표적인 것이 카풀과 원격진료다. 정부의 공유경제 행보는 카카오 카풀서비스를 허용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발이 묶여 있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는 원격의료 서비스도 반대 목소리에 묻혔다.
때문에 경제부처 내부에선 수많은 갈등을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정치력 있는 부총리’를 바라는 기류도 있었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혁신성장과 경제구조 개혁의 방향은 모두 안다. 지금 필요한 건 수많은 난제를 뚫어낼 고도의 정치적 리더십이다. 그래서 차라리 정치인이 부총리가 됐으면 하는 기대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동연 전 부총리가 지난 8일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경제 위기가 아니라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인지도 모르겠다”고 발언한 것도 이런 상황과 일맥상통한다. 2기 경제팀은 다음 달에 발표할 내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복잡다단한 이해관계를 돌파할 ‘규제 개혁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또한 2기 경제팀은 주력산업의 극심한 부진을 해소할 묘수를 찾아야 한다. 한국 경제는 반도체를 보완해 줄 자동차·조선 등 주력산업이 침체에 빠지면서 ‘투자 실종’ ‘고용절벽’ 등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혁신성장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동시에 기존 산업의 부진을 타개할 정책을 주문한다. 새로운 먹거리가 주력 산업이 되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득이 낮은 계층을 지원하는 소득주도성장은 성장정책이 될 수 없다”며 “2기 경제팀은 경제정책으로 성장을 만들어 낼 연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전슬기, 정현수, 전성필 기자 sgjun@kmib.co.kr
‘J노믹스 시즌2’ 운전대 잡은 홍남기의 과제, 지지부진한 혁신성장
입력 2018-11-12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