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일공동체 밥퍼나눔운동본부(밥퍼·대표 최일도 목사) 부주방장 이광현(55)씨의 손이 분주히 움직였다. 주걱으로 밥을 솎으면서 눈은 식당 한편에 앉아 있는 100여명의 노숙인과 독거노인에게 향했다. 새벽 6시부터 배식을 기다린 사람도 있었다.
11일 서울 동대문구 다일공동체 밥퍼나눔운동본부에는 1000여명의 어려운 이웃이 모였다. 일요일은 원래 배식이 없는 날이지만 이날은 다일공동체 창립 30주년을 맞아 특별 배식이 진행됐다. 식당에 들어오지 못한 이들은 바깥에서 도시락을 받았다.
이곳에서 일한 지 10년이 넘은 이씨 역시 이곳에서 배식을 받던 노숙인이었다. 인근 제기동 다리 밑이 거처였다. 노숙이 익숙해질 때쯤 노숙 동료를 통해 밥퍼를 알게 됐다. 그런 그가 밥퍼 부주방장이 된 계기는 당시 밥퍼에 있었던 한 목사의 권유였다. 그는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고 회상했다.
믿음도 생겼다. 이씨는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실천하려 한다”며 “예전 내 모습이라면 생각도 못할 일이다. 주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다니는 교회가 있느냐’고 묻자 손가락으로 바닥을 가리키며 “당연하다. 여기가 교회”라고 답했다. 30주년 감사예배 설교를 맡은 높은뜻연합선교회 대표 김동호 목사가 전한 말씀과 같은 내용이었다. 김 목사는 “밥퍼도 교회다”며 “하나님의 이름으로 사랑을 나누는, 특별히 밥을 나누는 이 공동체 역시 반석 위에 세운 하나님의 교회”라고 말했다.
이날 저녁엔 30년간 물질과 시간으로 섬겨준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다일공동체는 서울 중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감사와 동행의 밤을 열고 대가 없이 헌신과 사랑으로 이웃을 섬긴 자원봉사자 30팀에 감사장과 상패를 수여했다.
신혼여행으로 밥퍼 나눔봉사를 온 뒤 14년째 매년 결혼기념일에 365만원을 기부하고 있는 김종운 이명신씨 부부와 무료급식 초창기부터 꾸준히 봉사와 후원을 하고 있는 소망교회 밥퍼봉사팀 등이 포함됐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사랑과 밥을 나누는 거리의 교회… 다일공동체 특별 배식
입력 2018-11-12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