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직구를 애용해 온 김윤정(39)씨는 최근 국내 온라인몰이나 백화점을 이용하는 일이 잦아졌다. 배송 대행 수수료, 늦은 배송, 쇼핑 액수가 큰 경우 관세까지 붙는 걸 감안하면 국내에서 쇼핑하는 게 차라리 나은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화장품을 받은 경험도 영향을 미쳤다. 김씨는 “잘 찾아보면 국내에서도 직구 못잖은 가격에 살 수 있더라”며 “우리나라에서도 싸게 살 수 있다면 굳이 직구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대규모 할인 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매년 11월 넷째주 금요일)를 앞두고 국내 유통업체들이 ‘해외 직구족’을 잡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직구만큼 싼 가격에 내놓는 행사를 잇따라 열고 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해외 직구가 활발해지면서 브랜드 제품 가격이 많이 내려간 게 사실”이라며 “좋은 상품을 판매한다는 자부심도 있지만 가격 경쟁을 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기 때문에 명품 브랜드도 할인 행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신세계몰과 함께 온·오프라인 통합으로 12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명품 브랜드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고 11일 밝혔다. 구찌, 버버리, 랄프로렌, 바비브라운, 크리니끄, 몽블랑 등 15∼22개 브랜드 제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
백화점들의 겨울 정기세일 시즌도 시작되면서 국내 쇼핑이 해외 직구와 비교해도 괜찮은 선택지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은 16∼18일 ‘블랙위크엔드’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시슬리, 앤디앤뎁, 노스페이스 등 300여개 브랜드 제품을 10∼50% 할인 판매한다. 롯데백화점, AK백화점도 오는 15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최대 80%까지 할인하는 정기세일을 진행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해외 대형 할인 행사로 국내 소비 수요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 3일간 사은 혜택을 강화한 프로모션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들의 11월 쇼핑 행사도 ‘대박’을 터뜨렸다. 중국 이커머스 업체 알리바바가 매년 11월 11일 진행하는 대규모 할인행사 ‘광군제’의 대성공이 국내 업계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소비심리가 식었다고는 하지만 좋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으면 소비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연다는 게 입증됐다.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의 ‘빅스마일데이’ 행사는 1∼8일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이상, 판매량은 60%가량 늘었다. 빅스마일데이 행사 첫날엔 1초당 52개 상품이 팔려나가며 하루 만에 454만개 상품이 판매됐다. 9일 오전 기준 누적 판매량은 2600만개를 넘겼다.
11번가에서는 구찌, 프라다, 페레가모 등 해외 직구족을 사로잡을 법한 명품 브랜드와 대형 가전제품들이 대규모로 팔렸다. LG 건조기는 무려 27억원어치나 판매됐다. 11번가 관계자는 “1638개 브랜드의 17만개 상품이 완판되는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블랙프라이데이’ 맞불 놓는 유통업계
입력 2018-11-12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