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상장사들의 콜옵션(매수청구권)을 통한 사모 전환사채(CB) 발행이 탈법인지를 법제처에 질의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콜옵션부 CB’가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는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닮은꼴이며, 편법적 경영권 승계에 이용된다는 시민사회단체의 문제 제기와 무관치 않은 조치다. 구체적으로 언급된 사례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콜옵션부 CB였다.
금융위는 이 문제를 두고 각계 의견을 구하며 5개월여 동안 유권해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법제처는 법령 자체의 의미를 묻는 게 아니라는 이유로 금융위의 ‘탈법성 해석’ 요청을 반려했다. 그러면서도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할 경우 법원에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회신했다.
금융위가 법제처, 법무부 진단까지 요청하게 만든 콜옵션부 CB는 복잡한 ‘메자닌(주식·채권의 중간단계) 금융상품’이다. 현대엘리베이터가 발행하고 재매입하면서 수면 위로 불거졌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15년 11월 무보증 사모 CB 2050억원어치를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발행했다. 이어 2017년 1월 콜옵션을 행사해 발행액의 40%인 820억원어치를 871억원에 재매입했다. 같은 날 78억원을 받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현대글로벌에 주식 전환 권리를 양도했다.
이에 현 회장 등이 확보하게 될 지분 가치에 비해 지불한 가격이 턱없이 낮다는 문제 제기가 이뤄졌다. 외관만 다를 뿐 사실상 금지되고 있는 분리형 BW와 같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직접 현 회장에게 회사 주식을 사들일 수 있는 옵션을 싸게 준 셈인데, 그간 재벌들의 경영권 승계에 악용되던 분리형 BW와 비슷하다는 비판이었다.
경제개혁연대는 금융 당국에 콜옵션부 CB 발행의 탈법성을 밝혀 달라며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주주인 스위스 엘리베이터 제조업체 ‘쉰들러 홀딩 아게’도 CB 발행을 경영권 방어 목적이라며 비난했다. 이 회사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와 CB 발행이 주주가치를 훼손했다며 지난달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제기했다.
잡음이 많은 콜옵션부 CB 발행이지만, 금융권은 이런 행위를 제재할 선명한 근거가 없다고 보는 편이다. 자본시장법의 취지를 ‘유추 해석’할 수는 있더라도 사법 처리는 명문화된 조문의 근거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채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이 저금리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편이라는 점도 CB에 대한 선명한 규제를 힘들게 한다.
요청이 반려돼 탈법성 여부를 진단받지 못했지만, 금융위가 법제처 의견까지 구한 것은 일단 콜옵션부 CB에 대한 제도 개선 필요성을 공감한 조치로 풀이된다. 금융위는 법제처에 “콜옵션부 CB가 분리형 BW의 우회 발행에 해당하느냐”고도 질의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는 판단을 여론만으로 할 수는 없다”며 “악용 소지가 있다면 조사를 해서 보완할 것은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단독] 콜옵션부 CB, 경영권 편법 강화 창구로 악용?
입력 2018-11-12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