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농도 미세먼지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내년 초부터 차량 등급제, 차량 2부제 등을 공공부문에서 민간으로 확대키로 했다. 국내 미세먼지 발생 주범으로 꼽히는 경유차를 줄이기 위해 ‘클린디젤 정책’도 폐기된다. 그러나 두 정책 모두 서민에게 직격탄이 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8일 차량 2부제 등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의무참여 대상에 2019년 2월 15일부터 민간도 포함시킨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비상·상시 미세먼지 관리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전국 17개 시·도에서 민간도 비상저감조치 대상에 포함돼 지자체별로 정한 조례에 따라 차량 운행이 제한된다. 방식은 현재 13개 시·도가 하고 있는 2부제를 택할 수도 있고 지자체 판단에 따라 5부제도 시행할 수 있다. 차량 2부제 운행 등을 어길 시 과태료 10만원이다.
클린디젤 정책도 공식 폐기됐다. 저공해 경유차 인정 기준이 사라지고, 주차료·혼잡 통행료 감면 등 인센티브도 없어진다. LPG차 사용제한도 폐지한다. 현재까지 일반인은 7인승 이상 다목적형 승용차(RV)나 5년 이상의 중고 승용차만 LPG 차량 구매가 가능했다. 지난해 국회 개정 입법을 거쳐 RV 전 차종으로 확대됐고, 앞으로는 제한 자체를 없애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민간부분 2부제와 경유차 퇴출은 생계형으로 주로 경유차를 이용하는 서민들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특히 전문가들 사이에선 차량 2부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나오고 있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차량 2부제를 해서 생기는 경제적 손실만큼의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술 경희대 환경공학과 교수도 “올림픽, 월드컵 때도 차량 2부제를 했고 참여율도 높았지만 학계에선 큰 효과가 없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당장 노후 경유 트럭으로 사업을 하는 곳에서도 갖가지 제약을 받게 된다. 생업을 위해 2부제를 시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차를 바꿔야 한다. 정부에서도 노후 경유 트럭을 LPG 트럭으로 바꾸면 1t트럭 기준으로 최대 165만원의 조기폐차 보조금과 4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LPG 1t트럭의 가격은 평균 1500만원으로 정부 지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1t트럭보다 더 많은 미세먼지를 뿜어내는 5t, 10t 등 중·대형 화물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중·대형급은 폐차 보조금도 440만∼770만원까지 지급되지만 5t트럭은 중고차도 3000만원 수준이다. 향후 보조금을 현실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산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차량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2부제를 지키느라 시민 불만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교수는 “환경공해가 심한 차량일수록 저소득층이 생계를 위해 모는 경우가 많아 무조건 규제하는 건 어려울 것”이라며 “화물차의 운행시간을 제한하는 등 탄력적인 방식의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환경부 관계자는 “자동차배출가스로 인한 미세먼지 배출은 국민 참여 없이는 힘들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이날 최근 발생한 서울의 고농도 초미세먼지(PM 2.5)가 국내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지난 6일 오후 2∼6시 초미세먼지 주성분인 질산염은 평소보다 3.4배 증가하고 황산염은 3.3배 증가했다. 질산염은 자동차나 난방 등 연소 과정에서 생성되고, 황산염은 중국 등 장거리를 이동한 미세먼지에서 발생한다.
최예슬 김유나 이재연 기자 smarty@kmib.co.kr
공공부문 경유차 2030년까지 퇴출, 내년부터 민간도 ‘차량2부제’
입력 2018-11-08 18:31 수정 2018-11-08 2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