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 선점용 ‘알박기 집회’ 보호 대상 아냐” 대법, 방해 혐의에 무죄 선고

입력 2018-11-08 18:22

기업이 회사 근처에서 열려는 집회·시위를 막기 위해 직원들을 동원, 해당 장소를 선점해 여는 이른바 ‘알박기 집회’는 법으로 보호해줄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고모(43)씨와 박모(41)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유성기업 범시민대책위’ 회원인 고씨 등은 2016년 5월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현대차가 하청업체인 유성기업의 노조파괴 공작에 관여한 의혹을 제기하며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런데 당시 이 장소에서는 현대차 보안관리팀장 황모씨가 신고한 집회인 ‘기업·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성숙한 집회문화 만들기(집회문화)’ 집회가 진행 중이었다. 고씨 등은 기자회견을 위해 이 ‘집회문화’ 집회에 무단으로 끼어들어 방해하고 이후 경찰의 해산명령에도 불응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집시법 3조는 폭행이나 협박 등의 방법으로 평화적인 집회를 방해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고씨 등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현대차 직원들이 신고하고 참여한 집회가 헌법과 집시법이 최대한 보장하고자 하는 집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이다.

1·2심 재판부는 “집회문화 집회는 현대차 경비업무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면서 “동일한 장소에서 그 장소와 밀접한 연관관계가 있는 집회를 개최하려는 타인의 기본권인 집회장소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면서까지 보장할 가치가 있는 집회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고 대법원도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