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돛 올린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행장, 지주 회장 겸직 후 분리 유력

입력 2018-11-07 18:34 수정 2018-11-07 21:34

2016년 11월,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금융지주체제를 다시 구축해 1등 금융그룹의 위상을 세우겠다”는 사내방송을 했다. 금융위원회가 “7개 과점주주 낙찰자를 선정해 우리은행의 민영화에 성공했다”고 공표한 다음 날이었다. “상업금융으로 존재하는 한 신속히 매각해야 한다” “민영화를 하려면 덩치부터 줄이라”는 날선 여론 속에서 우리은행은 증권사, 캐피털사를 떼어줬었다.

계열사끼리 협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금융그룹으로의 복귀는 우리은행의 오랜 꿈이다. 저평가된 기업 가치를 다시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한때 2만원대였던 우리은행 주가가 9000원대까지 무너진 건 우리은행뿐 아니라 공적자금을 회수해야 할 금융 당국으로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일이었다.

지난해 11월 이 전 행장은 신입행원 채용 비리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그는 은행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민영화는 이뤘지만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후임 은행장은 지주사 전환을 성공적으로 실행할 것”이라고 했다. 사내방송으로 지주사 전환의 포부를 밝힌 지 1년 만의 일이었다.

2018년 11월,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 윤곽이 잡히기까지는 이 전 행장의 퇴임 이후 다시 1년이 걸렸다. 금융위는 7일 정례회의를 열고 우리은행의 금융지주사 전환을 인가했다. 금융권은 “큰 이변이 없으면 인가가 이뤄질 것”이라며 애초부터 지주사 전환을 기정사실화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8월 “예금보험공사는 (남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위해 우리은행의 지주회사 전환 추진 과정에서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지주회사 전환 이후 적극적인 투자 수요를 발굴하라”는 시정 요구도 있었다. 금융권 초미의 관심사에 대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고개를 가로저은 적도 없었다.

관심이 쏠린 것은 지주회사 회장과 은행장의 겸직 여부 등 지배구조다. 8일 열리는 우리은행 이사회에서도 지배구조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선 손태승 행장이 후보에 포함돼 당분간 지주회사 회장을 겸직할 것으로 관측한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 “다른 은행들을 봐도 겸직을 했다가 결국은 분리하는 쪽으로 갔다”고 말했다.

다만 최 위원장은 지난 6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겸직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자 “결정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우리은행 지분 18.43%를 가진 예금보험공사의 의견도 중요하다.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지주회사의 지배구조에 대해 의견을 내겠다”며 이사회 참석을 시사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