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능력이 있는데도 ‘그냥 쉰다’고 답한 인구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년들과 고령 은퇴자들이 일거리를 찾지 못해 구직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창업을 택한 자영업자들의 상황도 처참하다. 인건비가 부담스러워 사업장에 무급으로 가족을 동원하고 있는 자영업자 수가 2008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많아졌다. 한국 경제의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7일 발표한 ‘비임금근로 및 비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8월 현재 비경제활동인구는 1617만2000명이다. 1999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동월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비경제활동인구는 만 15세가 넘은 인구 가운데 취업할 능력이 있으나 생산 활동을 포기한 사람을 말한다. 전업주부, 연로자, 심신장애자 외에 취업준비생, 진학 준비자, 구직 포기자 등을 아우른다.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구직 포기자의 증가 속도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으로 비경제활동인구 중 ‘그냥 쉰다’고 답한 인구는 182만4000명이다.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동월 기준 최고치다. 구직 포기자가 비경제활동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11.28%)도 역대 가장 높다.
구직 포기 이유로 ‘직장의 휴·폐업’ ‘원하는 일거리 없음’ ‘퇴사 후 계속 쉬고 있음’ ‘일자리 없음’ 등을 꼽은 사람들은 1년 새 더 늘었다.
창업으로 고개를 돌린 자영업자들의 상황도 암울하긴 마찬가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비임금근로자 수는 686만2000명이다. 1년 전보다 3만6000명 감소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 여파와 경기 악화, 과당경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도소매 및 소매업의 비임금근로자는 전년보다 5만3000명 줄었는데, 감소폭이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3년 이후 가장 컸다. 창업시장에서 퇴출되고 있는 자영업자도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돈을 받지 않고 가족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도 전년 대비 1만6000명 늘어났다. 증가폭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크다. 인건비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의 경영난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수치이기도 하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고용시장의 침체로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인구’ 비중이 높아졌다”며 “동시에 경기 악화로 도소매업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자영업자들의 폐업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
일할 능력 있지만 쉬는 인구 1617만명 ‘최다’
입력 2018-11-07 1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