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은행마다 예·적금 이율이 10%를 훌쩍 넘겼다는 ‘아재’들의 경험담을 들을 때 젊은 직장인들은 화가 치민다. 돈이 돈을 벌어주던 과거의 호황을 더 기대할 수는 없어서다. 많은 이들은 푼돈이라도 조금씩 모으는 ‘짠테크’를 실천 중이다. 은행들도 티끌 모아 태산을 장려하는 상품들을 많이 내놨다.
대표적 상품은 KB국민은행이 판매하는 ‘KB라떼연금저축펀드’다. 무심코 사 마시는 카페라떼 한 잔을 아끼면 하루에 4000원이 생기는데, 1개월을 모으면 12만원이 되고 30년이면 물가 상승과 함께 2억원이 된다는 ‘카페라떼 효과’를 차용한 상품이다. 자동이체를 하면 실제 카페라떼 모바일 쿠폰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이벤트의 이름은 ‘더블샷’이었다. 눈물겨운 이론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제법 많은 사람들이 커피값을 아껴 목돈을 모으려 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이 상품의 잔액이 연초 대비 무려 346% 상승했다고 8일 밝혔다. 더블샷 이벤트를 한 지난 8월 이후에도 잔액이 11% 늘어 꾸준한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은행 방문 없이 간편하게 연금을 납입하는 짠테크족 맞춤형 상품”이라며 “연말정산도 대비할 수 있어 노후대비가 취약한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한달愛(애) 저금통’이라는 상품을 2012년부터 판매하고 있다. 생활 속에서 절약한 자투리 자금을 수시로 저축할 수 있도록 설계한 상품으로, 1일 최대 3만원을 납입할 수 있다. 매월 이자가 계산되는데 1년이면 약 4% 금리를 준다. 짠테크족은 이 저금통 금융상품을 통해 헤픈 씀씀이는 물론 건강과 관련한 생활습관을 개선하기도 한다. 담뱃값과 커피값 등을 아끼는 계기로 삼는 건 일반적이다. 자신이 참고 먹지 않은 음식의 이름을 통장에 메모하며 그 음식값을 입금하는 다이어트 방식도 생겨났다. 통장에 닭발, 햄버거, 피자 등을 적는 식이다.
KEB하나은행은 걷기를 유도하며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소액 적금상품인 ‘도전 365 적금’을 내놓았다. 온라인 가입 이후 11개월간 누적 걸음이 350만보가 되면 최대 연 3.65%의 금리를 제공한다. 이 상품은 재미있는 방법 때문에 짠테크족의 입소문을 탔다.
한 가입자는 여행비용을 만들기 위해 가입했다는 후기를 인터넷에 남겼다. 어차피 여행 가서 인생사진을 남기려면 살을 빼야 하는데, 걷기 운동을 하면서 연 3.65%의 금리까지 얻겠다는 것이다.
이경원 기자
카페라떼 효과·지출 다이어트·걷기운동 유도…
입력 2018-11-09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