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들의 ‘탄핵 재평가’ 얘기는 살길 찾기?

입력 2018-11-07 04:02
사진=뉴시스

자유한국당 친박근혜계 일각에서 최근 들어 박 전 대통령 탄핵 문제를 다시 따져보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 2년이 다 돼가는 시점에 탄핵 문제를 다시 거론해봐야 당 지지율 확장에 도움이 안 된다는 당내 우려에도 탄핵의 정당성을 문제 삼는 이들의 주장에는 여러 정략적인 목적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6일 국민일보 통화에서 “보수가 분열된 가장 중요한 계기가 탄핵인데, 탄핵에 대한 재평가 없이 한국당 지도부가 보수대통합을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당 회의에서도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길거리에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박 전 대통령 탄핵이 잘못됐다고 얘기하는데 우리 당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며 당 지도부에 탄핵 백서 제작을 요구했다.

당 안팎에서는 다음 달 중순 원내대표 경선과 내년 2∼3월 전당대회를 노리고 친박계가 탄핵 재평가 주장을 꺼내들었다는 해석이 많다. 차기 지도부는 2020년 21대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게 되는데, 현재 바른정당 복당파 위주의 당 지도부가 다시 당권을 쥘 경우 친박계는 공천 과정에서 인적쇄신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위기감을 느낀 친박계가 ‘탄핵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보수층 일각의 여론을 부채질해 반격을 시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대책위원회와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의 혼선이 친박계의 반격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해석도 있다.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는 “역사를 보면 혁명에 실패할 경우 반(反)혁명 세력이 더 강하게 몰아치기 마련”이라며 “비대위와 전원책 조강특위 위원의 스텝이 꼬이는 모양새를 보이다보니 그간 침묵했던 사람들이 다시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친박계가 탄핵 책임론을 제기함으로써 탄핵과 분당 과정에서 생겼던 복당파와 나머지 의원들 사이 해묵은 감정의 골을 건드리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지금 당 지도부는 대부분 탄핵 때 당을 버리고 나갔던 사람들”이라며 “비대위에서 인적쇄신론이 나올 때마다 누가 누구를 심판하겠다는 것인지 기가 찬다”고 토로했다. 반면 한 복당파 중진 의원은 “친박계는 복당파가 탄핵에 가담해 정권을 넘겨줬다는 피해의식만 내세우고 있다. 정작 자신들이 대통령 잘못 모신 책임은 외면하고 있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탄핵 재평가 주장에) 대응을 하면 또 국민이 원치 않는 지저분한 싸움으로 빠지기 때문에 대응 자체를 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이날 당 초선 의원들과의 조찬 모임에서 “당내 계파갈등은 그렇게 심각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원내대표 경선과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 간 갈등이 재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친박계는 부쩍 접촉을 늘리고 있다. 유기준 의원 주최로 열린 ‘보수의 미래’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비대위가 들어선 이후 당 지지율이 답보 상태”라며 “비대위는 임시기구인 만큼 되도록 빨리 당 지도부를 선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박계 초·재선 모임인 ‘통합과 전진’도 7일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당 혁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심우삼 이종선 이형민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