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 총리 이미지 강점 꼽혀, 안정감·노련함도 한몫
태생적 한계 있다는 지적도
이낙연 국무총리와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각각 범진보, 범보수 진영에서 1위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문재인정부와 박근혜정부 실세총리 이미지, 안정감 등을 무기로 인기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대선까지 한참이나 남아 있는 데다 이회창, 고건 전 총리의 대권 도전에서 보듯 한계가 분명하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리얼미터는 6일 범여권·무당층을 대상으로 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 총리가 18.9% 지지율로 오차범위 밖에서 범진보 후보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재명 경기도지사(11.3%), 박원순 서울시장(10.5%), 김경수 경남도지사(10.3%), 심상정 정의당 의원 (10.2%) 순으로 조사됐다.
보수야권·무당층 조사에서는 황 전 총리가 28.0%를 얻어 범보수 후보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10.7%)을 배 이상 앞섰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10.3%),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8.1%),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5.2) 등이 뒤를 이었다.
두 총리의 ‘질주’엔 공통적인 배경이 있다. 우선 모두 실세총리 이미지가 강하다. 이 총리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이 총리가 아프리카를 순방할 때 “대통령 전용기를 함께 쓰자”며 내주기도 했다. 황 전 총리도 전정부에서 법무부 장관과 총리를 연이어 지냈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는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맡으며 존재감을 키웠다. 실권이 없는 ‘의전총리’들과는 위상이 달랐다.
안정적이고 절제된 이미지도 강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 총리에 대해 “노련함과 튀지 않는 행보가 장점”이라며 “국회 대정부 질문 때도 품위를 잃지 않고 때로는 유머로, 때론 논리정연함으로 응수를 잘했다”고 말했다. 황 전 총리도 장관과 총리 시절 ‘법과 원칙’을 강조한 언행으로 보수층으로부터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현재 지지율은 ‘인지도’ 경쟁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많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지금 1등이라 해도 대선이 3년 넘게 남았다. 열 번 이상 순위가 뒤집어진다”고 했다. 한 여당 의원도 “두 사람의 인기가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내후년 총선이 끝나야 차기 주자에 관심이 쏠리고 당 안팎의 검증도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총리 출신 대선주자의 태생적 한계를 지적하는 분석도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노태우·김영삼, 김대중·노무현, 이명박·박근혜의 정권 재창출 사례에서 보듯 여권 후보가 승리하려면 결국 현직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성공해야 한다”며 “이 총리가 문 대통령과 차별화해 스스로 도약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박 교수도 “이 총리는 당내 경선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다음 대선에서 문재인정부에 대한 평가가 나쁠 경우 이 총리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다.
황 전 총리에 대한 평가는 더 회의적이다. 윤 실장은 “황 전 총리가 안 써본 카드라는 장점이 있지만 무대에 오르는 순간부터 위기가 닥칠 것”이라며 “지난 대선에서 중도하차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보다 황 전 총리가 갖는 강점이 뭔지 찾기 어렵다”고 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도 “황 전 총리는 탄핵당한 정부의 총리였다는 약점이 있다”며 “한국당에 워낙 대선주자가 없다보니 언급되는 것”이라고 했다.
임성수 김성훈 기자 joylss@kmib.co.kr
차기 대권 후보 ‘전·현직 총리 전성시대’라지만…
입력 2018-11-07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