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업계가 올해 3분기 충격적인 성적표를 내놨다.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확대와 환율 하락 등 대외 무역환경이 악화된 동시에 미래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세계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폐업 위기에 처한 부품업체들도 속출하고 있다. 자동차업은 전후방 연관효과가 크기 때문에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하지만 실적 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돌파구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6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등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업계 생산 및 판매량은 전년 대비 내수와 수출 모두 하락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올 3분기 영업이익이 288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6% 급감했다. 2010년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한 이래 최저치다. 기아차는 3분기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했다고 밝혔지만 지난해 3분기에 통상임금 소송 패소에 따른 비용이 반영된 기저효과로 봐야 하고 올 2분기보다 66.7%가 줄었다. 쌍용차는 영업손실이 2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4% 늘어났다.
자동차업계가 답답해하는 부분은 최근 실적 부진에 환율, 미국의 무역정책 등 통제할 수 없는 대외변수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판매량 감소는 내수보단 수출에서 더 두드러진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미국으로의 완성차·부품 수출 비중은 대미 총 수출액의 3분의 1에 달한다.
하지만 국내 수입차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는 데 반해 국산차 판매는 줄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연간 1만대 이상을 판매한 업체들을 일컫는 ‘1만대 클럽’ 가입 브랜드가 올해 최다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기술력과 브랜드 마케팅 능력이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국내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앞서 국내에서도 해외에서도 우리 제품을 선택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업계는 대외변수에 흔들리지 않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기술 개발과 투자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해외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과 손을 잡거나 해외 연구소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도 위기를 넘기 위한 몸부림이다. 최근 현대차의 중국형 세단 출시 등 현지화 전략도 위기극복 전략의 한 축이다. 현지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해 그들에게 최적화된 신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선보여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르면 이달 중 자동차산업에 대한 종합지원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정부 지원이 우선 중소 부품사로 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소 부품업체들이 국내 완성차업체에 의존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비용 때문”이라며 “기술력이 떨어져 해외 업체에 납품을 못하는 게 아니라 수출도 비용이 드는 일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정부가 지원해야 숨통을 틔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래 자동차 기술에 대한 투자 및 정책 지원이 보다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벤처기업 등에 대한 업종별 투자 기준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인터넷이나 헬스케어 등에 비해 차세대 자동차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부진하다”고 지적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부품사 지원·미래차 투자로 車산업 위기 극복해야”
입력 2018-11-07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