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유류세 인하에 따른 기름값 경감 효과가 예상보다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 세금 인하 전 비싸게 사 온 기름을 먼저 팔아야 하는 자영업자들이 아직 가격을 적극적으로 내리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기름값 인하 예상치를 너무 장밋빛으로 전망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주유소 간 가격 담합 여부가 적발될 경우 강제 인하 조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유류세가 15% 인하되면 이론적으로 휘발유의 경우 ℓ당 123원, 경유는 87원 내려가야 한다. 하지만 유류세 인하가 시행된 첫날인 6일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 서비스 오피넷을 보면 오후 8시 현재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전날 대비 불과 28.36원만 싸졌다. 정부 예상치의 23%에 불과하다. 경유는 전날보다 19.25원만 내려갔다.
이에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한 유류세 인하를 체감했다는 반응보다는 정책이 실제 주유소 유가에 지연돼 반영되는 시차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많은 상황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기름값이 생각보다 싸지 않다며 의아해하는 고객이 오전에 많았다”면서 “유가를 확인한 뒤 기름을 넣지 않고 그냥 간 고객도 있다”고 전했다.
유류세 인하 혜택은 이날 정유사에서 출고하는 물량부터 적용된다. 유류세 인하 전에 출고한 기름의 재고가 각 주유소에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유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 주유소는 바로 내릴 수 있겠지만 자영 주유소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직영 주유소들은 당장 세율 인하분을 100% 가격에 반영해 기름값을 내렸다. 이에 시민들이 인근 직영 주유소나 기름값이 저렴한 자영 주유소를 검색하기 위해 오피넷에 몰리면서 오피넷 홈페이지에 접속 장애까지 발생했다. 포털 실시간 검색 순위 상위권에 ‘오피넷’ ‘유류세 인하’ 등 관련 검색어가 다수 올라오기도 했다. 기름값을 내린 직영 주유소 현장에서는 차들이 줄을 지어 주유하는 장면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반대로 기름값이 그대로이거나 조금만 내린 주유소는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세금 인하 전 재고를 보유한 자영 주유소들의 본격적인 가격 인하 효과는 1주일 후쯤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그나마 가격 경쟁이 치열한 수도권에서는 유가 인하에 동참하는 자영 주유소가 속속 나오고 있다. 정유사 관계자는 “내일부터는 기름값을 대폭 내리는 자영업자가 많아질 것”이라며 “국제유가까지 크게 하락한 상황이어서 1주일 후에는 전국 평균 150원 이상의 가격 하락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주유소 판매가 하락 추이를 지켜본 뒤 가격을 담합하거나 인하한 세금을 가격에 반영하지 않는 사례가 적발되면 형사처벌과 함께 강제 인하 조치를 검토할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 강제 조치를 할 시기는 아니지만 자세히 모니터링하면서 대응이 필요하면 조치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세종=신준섭 기자 nukuva@kmib.co.kr
“28원만 내렸네”… 주유소 간 고객들 차 돌렸다
입력 2018-11-06 18:21 수정 2018-11-06 2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