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날아갈까 겁나… 노인 연령 기준 상향 7년째 ‘헛바퀴’

입력 2018-11-07 04:00

정부가 현재 ‘만 65세’인 노인 연령 기준을 높이는 문제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전례 없는 속도를 보이는 고령화를 감안해 노인 연령 기준을 ‘70세’ ‘75세’ 등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인정한다. 다만 정책 추진은 ‘부지하세월’이다. 7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정부는 이달 중으로 발표할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재구조화 방안에도 노인 연령 상향 목표치를 명시하지 않을 방침이다.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복지정책부터 기초노령연금 수령 나이까지 모두 ‘65세’라는 나이에 맞춰져 있다. 동시에 노인 복지에 들어가는 나랏돈, 사회적 비용, 기업의 정년 등도 노인 연령 기준이라는 ‘예민한 숫자’에 연동된다. 이 때문에 전체 유권자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노령층에게 노인 연령 기준은 상당히 민감한 ‘정치 사안’이기도 하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관계자는 6일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재구조화 방안에 구체적인 노인 연령 상향 기준을 제시하기보다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식의 방향성만 담길 것”이라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노인 연령 상향은 노인 복지와 직결돼 사회적 합의가 성숙하기 전까지 정책을 논의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노인 연령 기준을 올리자는 제안은 2012년 등장했다. 당시 이명박정부는 노인 연령 기준을 70∼75세로 높이겠다며 중장기 전략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어 박근혜정부도 2016년 12월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2017년 상반기에 정년·연금 수급 연령과 함께 노인 연령 기준을 조정하는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강조했었다. 하지만 그 뒤로 별다른 성과물은 없었다.

문재인정부 들어 지난해 10월 65세 이상 노인의 지하철 무임승차로 서울지하철의 적자가 증가하자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노인 연령 기준 상향을 부처 차원에서 검토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부총리는 지난달 29일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노인 연령 기준을 ‘65세 이상’에서 ‘70세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지적에 “관련 기관과 협의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말만 반복하고 선뜻 실행에 나서지 못하는 배경에는 ‘노령층 표심’이라는 정치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복지 혜택을 받던 노인들이 연령 기준 상향으로 대상에서 제외되면 정부에 대한 비판과 반감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뜩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상위권 수준인 노인 빈곤율이 노인 연령 기준 상향으로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그러나 사회 여론은 다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지난해 10∼11월 20∼69세 3500명을 대상으로 설문했더니 20대 응답자는 67.7세 이상, 30대와 40대는 68.6세, 50대는 69.7세를 노인 연령 기준으로 제시했다. 60대 응답자는 70.2세부터 노인이라고 답했다. 전체를 평균하면 68.9세다. 보건복지부가 2017년에 한 실태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2%가 노인 연령 기준으로 70세 이상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서둘러 공론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은혜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국민 대다수가 65세는 신체·정신적으로 건강하기 때문에 일을 지속할 수 있다고 본다. 일본처럼 정부가 사회적 합의를 위한 공론화를 추진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올해 1월 65세 이상을 일률적으로 고령자로 보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노인 연령 기준을 재검토키로 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