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와대와 판이한 경제 인식과 전망 내놓은 KDI

입력 2018-11-07 04:03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 그려진 한국 경제의 모습은 잿빛이다. 성장 엔진인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부진이 내년에도 지속되고 소비 증가세도 완만해질 것이라고 한다.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2.7%, 2.6%다. 이는 내년에는 실질 성장률이 잠재성장률(2.7∼2.8%)을 밑돌 정도로 가라앉는다는 의미다.

고용 참사라고 불릴 정도인 고용 사정 악화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은 반도체를 제외한 여타 품목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산업별 격차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수출도 낙관할 수 없다는 건 한국 수출 증가율이 세계교역 증가율을 하회하고 있는데서 알 수 있다.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주력 산업의 경쟁력 저하가 우려할 수준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신흥국 경제 불안, 미·중 무역분쟁 등의 위험이 가시화되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교역 여건 변화로 인해 장기적으로 견실한 한국 경제의 성장세 유지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는 게 KDI의 진단이다. 국책연구기관은 보고서를 낼 때 단어 하나에도 신중을 기해 부정적인 의미를 가능한 한 누그러뜨린다. 그런 점을 감안할 때 KDI 보고서는 한국 경제가 상당히 위험하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KDI의 암울한 진단은 청와대의 시각과 판이하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경제 성장률이) 여전히 2% 후반의 잠재성장률 수준에 이르고, (이는)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라면서 “내년에는 소득주도성장 등의 실질적인 성과를 국민께서 체감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도 지난 주 시정연설에서 “세계가 우리의 경제성장에 찬탄을 보냅니다. 우리 스스로도 자부심을 가질 만합니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KDI가 제시한 해법을 지금이라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그것은 구조개혁이다. KDI는 구조개혁의 첫 항목으로 근로조건의 경직성 제거를 꼽았다. 과도한 기존 근로자 보호로 인해 신규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기회를 봉쇄하는 부분을 뜯어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추진 과정에서 민주노총 등 노조와 대립할 수 있는 사안이다. 청와대와 여권은 그런 의지와 각오가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