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년 뒤 ‘재정 적자’ 13조7000억… 정부예상치 27배

입력 2018-11-05 18:13 수정 2018-11-05 21:59

2년 뒤 ‘나라곳간 적자’ 규모가 정부 예상치의 27배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2020년 통합재정수지가 정부 전망치(5000억원 적자)를 훌쩍 뛰어넘는 적자로 돌아선다는 관측이다. 통합재정수지는 국가의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수치로 대표적 재정건전성 지표다. 경기 상황 악화, 복지지출 확대 등으로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국가살림에 이상 현상이 발생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나랏빚 비중이 정부 추산보다 1년 빠른 2021년에 41%대를 돌파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재정지출 확장’에는 수긍하지만 ‘질 낮은 지출’을 걷어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5일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제출한 ‘2018년 중기 재정 전망’에 따르면 2020년 정부 살림은 적자로 돌아선다. 번 돈(국세 수입, 세외 수입, 사회보장성기금 수입)보다 쓴 돈(예산과 사회보장성기금 지출)이 많아 13조7000억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통합재정수지는 올해와 내년 흑자를 기록하다가 2020년부터 적자로 전환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예산정책처가 바라본 통합재정수지의 흐름은 정부 전망과 비슷하다. 정부도 지난 8월 발표한 ‘2018∼202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2020년 적자 전환을 예고했다. 다만 적자 규모를 5000억원으로 내다봤다.

예산정책처와 정부의 전망이 크게 차이를 보이는 이유가 뭘까. 최근의 경기 여건, 문재인정부의 정책 기조가 그 뿌리다. 예산정책처는 올해부터 2020년까지의 실질성장률과 경상성장률(실질성장률+물가상승분)을 정부보다 0.1∼0.3% 포인트 낮게 예측했다. 앞으로 경기 상황이 정부가 추정하는 것보다 나빠진다고 본 셈이다. 경제성장률은 국가의 수입과 지출 규모에 곧바로 영향을 준다.

정부의 확정적 재정정책도 적자 규모를 키우는 데 일조한다. 정부는 재정을 투입한 현금성 복지사업 등을 늘리고 있다. 예산정책처는 2020년 국가 지출에 518조6000억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예상한 504조6000억원보다 14조원 많다. 14조원 가운데 절반은 한 번 늘리면 줄일 수 없는 경직성 의무지출 비용이다. 예산정책처가 계산한 2020년 총 지출 대비 의무지출 비중은 52.5%로 정부 수치(50.8%)보다 높다. 사회보장성기금도 기금을 활용한 복지정책 때문에 올해 이후 흑자폭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한국의 통합재정수지는 638조원에 이르는 적립금을 쌓은 국민연금 등의 영향으로 흑자를 유지해 왔다. 국가가 수입보다 지출을 늘려도 사회보장성기금에서 흑자가 발생하면서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온 것이다. 때문에 통합재정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고, 그 폭마저 커진다면 국가 재정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정부는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이 40%대로 국제 평균보다 낮기 때문에 복지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적자재정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금성 복지지출 확대로 대표되는 질 낮은 지출을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고령화에 따른 복지 확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다만 통합재정수지 적자폭이 커진다면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