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올해는 쪽지 없는 세밀한 예산심사 가능할까

입력 2018-11-06 04:00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시작됐다. 총 470조5000억원 규모다. 예산은 한 해 나라살림을 결정하는 것으로 그 심사는 정기국회 임무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국민 혈세로 조성된 예산은 단 한 푼도 허튼 데 쓰여서는 안 된다. 여야는 지나치다싶을 정도로 세세한 세목까지 들여다봐야 한다.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9.7% 증가한 최대 규모다. 국민의 세 부담이 늘어난 만큼 여당이라고 해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정부 원안을 고수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여당이기 이전에 행정부를 감시하는 입법부 구성원이라는 점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자유한국당은 내년 예산안을 ‘세금중독예산’으로 규정하고 20조원 이상을 삭감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예산국회를 흔히 야당국회라고 한다. 야당의 역할과 책임이 막중하다는 말이다. 선심성 예산이나 중복 예산은 과감하게 도려내야 하나 보여주기식 삭감을 위한 삭감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여야는 예산심사 때마다 민생예산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 약속이 이행된 기억이 없다. 거의 예외 없이 예산 심사는 뒷전으로 밀린 채 정쟁으로 지새는 날이 허다했다. 시간에 쫓겨 졸속심사를 남발하고, 쪽지예산으로 국민들 혈압을 올린 일이 부지기수였다. 쪽지예산 의원들이 지역에서 유능한 의원으로 통하니 해마다 구태가 고쳐지기는커녕 더욱 기승을 부린다. 유권자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 여야는 이런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제도 개선을 약속했으나 언제나 그때뿐이었다.

예산안 처리 시한은 다음 달 2일까지다. 헌법 조항이다.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잘 지켜지다 지난해의 경우 공무원 증원 및 최저임금 보전 예산을 둘러싼 여야 이견으로 시한을 넘겼다. 올해는 지난해의 꼴불견을 보고 싶지 않다. 다음 달 2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하려면 하루 24시간도 부족하다. 올해가 졸속심사, 쪽지예산 없는 예산심사의 원년으로 기록되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