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입당해 우리 정체성에 맞는 대표 뽑자는 움직임 있어”
당 관계자 “태극기 세력 얼마나 입당했는지는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
자유한국당이 최근 두 달 사이 당원이 1만명이나 늘며 때 아닌 ‘당원 풍년’을 맞고 있다. 통상 전국 단위 선거를 앞두지 않은 상황에서 정당의 당원이 단기간에 급증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당 주변에서는 ‘태극기 세력’(탄핵 반대 세력)이 내년 2∼3월 한국당 전당대회를 노리고 대규모 ‘기획입당’을 했다는 소문도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한국당 고위 관계자는 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9월부터 10월까지 두 달 새 전국에서 1만명 안팎의 책임당원이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지난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당원이 322만명으로 보고했지만 실제 당비를 내는 책임당원은 15만명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일반 당원 가운데 최소 1000원 이상의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당원 자격을 유지하면 책임당원이 될 수 있다.
당원이 급증한 것에 대해 당내에서조차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많다. 6·13 지방선거 참패 직후 상당수 책임당원이 이탈했고, 지방선거 이후 당 지지율에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지만 최근 들어 책임당원이 대폭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서는 갑작스러운 당원 증가의 배경에 태극기 세력의 기획 입당을 꼽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민중홍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국본) 사무총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본 차원에서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정치에 개입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국본 회원 중에 한국당 당원으로 가입해 우리 정체성에 맞는 당대표를 뽑자는 움직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몇 달 새 태극기 집회 참가자 사이에서는 바른정당 복당파 다수인 현재 한국당 지도부를 ‘위장 보수’로 규정하고 한국당 책임당원 요건을 소개하면서 “한국당 당권부터 되찾자”는 SNS 글이 널리 확산돼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당 고위 관계자는 “입당원서를 낸 사람에게 이념 성향을 묻거나 당 가입 이유를 묻지는 않기 때문에 태극기 세력이 얼마나 입당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찌됐건 (당비를 납부하는) 책임당원이 늘었다는 건 좋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당 지도부는 당원 증가에 대해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의 당협 실태조사를 앞두고 당협위원장들이 당협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책임당원 모집을 독려한 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당은 조직 쇄신 차원에서 지난달 1일자로 전국 모든 당협위원장을 일괄 사퇴시킨 뒤 당협 재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내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난 2년여간 탄핵 굴레를 벗기 위해 몸부림쳐 왔는데 또 다시 ‘도로 새누리당’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당 당규에 따르면 전당대회 대의원은 1만명 이내로 구성되는데, 이 가운데 각 당협에서 추천한 5000명 이내의 책임당원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당은 지난 두 번의 전당대회에서 모두 현장 대의원 투표 및 선거인단 투표 70%,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 비율로 당대표를 선출해 왔다. 태극기 세력의 책임당원 유입이 많을수록 친박근혜 성향 인사들의 지도부 입성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전당대회 날짜가 다가올수록 한국당 지도부의 전당대회 룰을 둘러싼 고민도 깊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종선 심우삼 기자 remember@kmib.co.kr
[단독] 내년 한국당 全大 노리고 ‘태극기 세력’ 대거 입당?
입력 2018-11-04 18:34 수정 2018-11-04 1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