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창업기업 15.8%만 10년 뒤 생존… “기술이 해법”

입력 2018-11-05 04:00

설렁탕 한 그릇도 노포(老鋪·대대로 물려 내려오는 점포)를 찾는 시대지만, 국내의 창업 현실은 그리 낭만적이지 못하다. 이름을 내건 뒤 10년을 넘겨 살아남은 중소·창업기업 비중이 15.8%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내세울 기술 없이 시작한 생계형 창업의 경우 시장에서 사라지는 비중이 더 높았다.

창업진흥원은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창업기업의 생존율 및 고용창출 효과 분석’ 보고서를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에 전달했다고 4일 밝혔다. 10년차 중소·창업기업의 생존율이 10%대로 보고된 것이 이번 연구의 성과 중 하나다. 창업진흥원 관계자는 “해외 연구들도 5년차 생존율을 추적하는 정도”라며 “정부의 내년 창업정책 수립에 도움을 줄 만한 데이터일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중소기업의 업력별 생존율은 1년차에 73.5%나 됐지만 3년차에 46.4%로 뚝 떨어졌다. 5년차에는 34.8%만이 시장에 남았다가 9년차부터 10%대로 추락했다. 창업진흥원은 10년차 생존율이 15.8%에 불과한 것을 두고 “높다거나 낮다고 평가하긴 힘들다”고 했다. 다만 “창업기업의 성장 지원정책이 강화되면 수치가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청의 중소벤처기업부 승격, 금융 당국의 초기 창업자금 지원 독려 등에서 볼 수 있듯 창업의 중요성은 사회 전체가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창업 생태계는 낙관적이지만 않다. 2015년을 기준으로 조사된 미국 3년차 창업기업 생존율은 61.2%에 이른다. 한국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독일 프랑스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와 비교해 한국 기업의 생존율이 낮다는 국제무역연구원의 연구 결과도 있다.

국내 창업기업의 고전 원인으로 꾸준히 지목되는 것은 높은 ‘생계형’ 비중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비슷한 맥락의 결론이 도출됐다. 기술에 기반한 중소·창업기업들은 비기술 기반 중소·창업기업보다 생존율, 고용창출 효과가 높았다. 기술 기반 산업 가운데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분야의 창업·중소기업 10년차 생존율은 39.0%였다. 반면 숙박·음식점업의 경우 10년차 생존율이 11.7%에 그쳤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관계자는 “아이디어나 제품 기반 창업이 성공할 때도 있지만, 생존율과 기업 가치를 동시에 제고할 수 있는 중요 요인은 결국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대규모 자본기업과 함께 경쟁하는 시장에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건 결국 특허를 중심으로 한 기술뿐이라는 진단이다.

한편 한국의 중소기업 종사자는 1324만명, 창업기업 종사자는 139만명으로 집계됐다. 창업진흥원은 특히 신생 창업기업들이 최근 10년간 12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었다는 것에 주목했다. 창업진흥원 관계자는 “일반적인 ‘일자리 창출’과 달리 없던 것이 생겨난 순수한 증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기술비즈니스, 청년을 중심으로 창업을 촉진하는 ‘핀셋 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