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더 악화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입력 2018-11-05 04:00
한국의 노동시장이 대기업·정규직 노동시장과 중소기업·비정규직 노동시장으로 이원화돼 있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로 불리는 이 현상은 청년과 여성의 고용 부진, 과도한 자영업 비중 등 여러 노동 문제를 유발한 주범으로 지목된다.

한국은행이 4일 내놓은 ‘우리나라 고용 구조의 특징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8월 현재 대기업 근무자이거나 정규직인 1차 노동시장 근로자는 전체 임금근로자의 10.7%다. 중소기업 근무자이거나 비정규직인 2차 노동시장 근로자는 89.3%다. 대기업 근무·정규직이 10명 중 1명이고 나머지 9명은 중기 근무·비정규직이라는 얘기다.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 정책은 이러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완화시킬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실제는 정반대다. 최근 발표된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8월 기준 종사자 수 300인 이상인 대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임금근로자 253만4000명 중 비정규직은 37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3만9000명 늘었다. 반면 300인 이상 사업장의 정규직 근로자는 216만1000명으로 지난해 8월보다 2만9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2∼2017년 6년 연속 정규직이 비정규직보다 더 많이 늘었는데 올 들어 이런 흐름이 바뀐 것이다.

중소 사업장에서는 아예 정규직 근로자가 감소했다. 종사자 수 5∼299인 사업장은 1년 사이에 정규직 근로자가 6000명, 종사자 수 1∼4인 사업장은 정규직 근로자가 2만명 감소했다. 5∼299인 사업장의 8월 기준 정규직 근로자가 줄어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처음이다. 비정규직의 경우 5∼299인 사업장은 3만3000명 늘었으나 1∼4인 사업장은 3만6000명 줄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로제 시행에 따른 노동비용 증가에 기업들이 정규직 채용을 기피하거나 기존 인력을 줄여 대응하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고용의 양은 줄고 있으나 질은 나아지고 있다는 정부 주장은 근거를 잃게 됐다. 정책이 소기의 효과를 내지 못했으면 방향을 전환하는 게 순리다.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제부총리 교체보다 더 시급한 게 역효과만 내고 있는 정책의 전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