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계 거장인 신성일이 4일 81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1960년 ‘로맨스 빠빠’로 데뷔한 그는 ‘맨발의 청춘’ ‘별들의 고향’ 등 수많은 히트작을 남겼다. 영화 524편에 출연했고 주연 작품만 507편에 달했으며 대표적인 영화상을 휩쓸었다. 국민배우라는 호칭이 무색할 정도로 한국 영화계에 괄목할 족적을 남겼다. 그는 폐암으로 투병 생활을 하면서도 영화에 마지막 열정을 쏟았다. 그가 생전에 따뜻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 준비하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빛을 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안타깝다. 소확행(가제)은 유명 사진작가 가족을 소재로 하는 영화로, 신성일이 기획과 주연을 맡고 이장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을 예정이었다.
그런 신성일이 말년에 한국 영화의 현실을 크게 우려한 점에 우리 영화계는 주목해야 한다. 그는 “만날 때리고 욕하고 싸우다 보니 너무 살벌해서 영화가 본질을 벗어난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노배우의 고언이 아닐 수 없다. 한국 영화의 면면을 보면 그의 비판은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알량한 지역 상권을 독차지하기 위해, 마약 장사로 떼돈을 벌기 위해, 북한의 폭력성을 강조하기 위해, 서민의 등을 치기 위해 잔인한 폭력을 휘두른다. 등장하는 흉기와 폭력도 갈수록 흉포해지고 있다. 폭력의 일상화가 버젓이 재연되고 있다. 한국 영화계는 미성년자 관람 불가처럼 ‘방화벽’을 치면 학생들에게 잔혹성이 전파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강변할지 모른다. 하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이 영화 채널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얼마든지 폭력 영화를 접할 수 있다.
한국 영화계는 국민배우의 고언을 깊이 되새길 필요가 있다. 제작자 감독 배우를 비롯한 영화계의 모든 인사들이 품격 있고, 깊은 울림을 주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고뇌해야 한다. 내년 한국 영화 100주년을 앞두고 은막의 상징인 신성일을 재조명하는 일에도 소홀함이 없기를 바란다.
[사설] 국민배우 신성일이 우려한 한국 영화의 잔혹성
입력 2018-11-05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