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의 차기 원내사령탑 자리를 놓고 막후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 달여 앞둔 원내대표 경선에 나설 후보로 10여명이 거론되지만 사전 조율 등을 거쳐 본무대는 결국 양자 또는 3자 경합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는 복당파를 중심으로 한 비박(비박근혜)계 후보의 우세를 대체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후보들 간 합종연횡 또는 분열, 당대표를 노리는 인사들과의 연대 같은 변수에 따라 판세가 바뀔 수도 있다.
현 김성태 원내대표의 임기는 12월 11일로 끝난다. 이를 전후해 후임 원내대표와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을 선출하는 의원총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원내대표는 한국당 당헌·당규상 국회 운영에 관한 책임과 최고 권한을 가질 뿐 아니라 내년 초 있을 전당대회 규칙을 만드는 일에 관여할 수 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계파 정치 극복”을 강조하지만 비박, 친박(친박근혜) 등 계파나 진영 간 정치적·감정적 앙금이 여전한 현실에서 원내대표 경선은 당권으로 가는 고지를 선점하려는 세 대결이 될 공산이 크다.
당내 다수파인 비박계에서는 3선의 강석호·김학용 의원이 유력하다는 평을 듣는다. 한 재선 의원은 “강 의원은 당내 화합과 안정성 측면에서, 김 의원은 대여 투쟁력에서 강점이 있다”고 전했다. 역시 3선인 김영우·안상수·홍문표 의원도 후보군에 들어 있다. 권성동 의원의 경우 당내 신망은 두터운 편이지만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으로 기소돼 당원권 정지 상태라는 점이 걸림돌이다.
비박계 내부의 교통정리는 맏형인 김무성 의원의 의중이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 의원은 “영향력 행사는 안 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당내 위상이나 표 동원력 등을 감안하면 ‘물밑 조정자’로 나설 가능성이 짙다.
친박계 의원 중에는 유기준 의원(4선)이 우군 확보에 힘을 쏟으며 경선을 준비하고 있다. 유 의원은 보수 대권주자로 꼽히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한국당을 잇는 메신저 역할도 하는 중이다. 다만 당내 세력분포를 봤을 때 친박계가 의원 투표로 결정되는 원내대표 자리를 되찾기는 쉽지 않은 형편이다. 31일 친박 핵심인 홍문종 의원이 비대위·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탄핵에 앞장선 이들은 대오각성하라”며 복당파를 작심하고 비난한 것도 위기감의 발로라는 해석이 나왔다. 친박계의 결집을 꾀하는 동시에 앞으로의 경선을 ‘친박 대 비박’ 구도로 끌고 가려는 목적도 있어 보인다. 이에 김병준 위원장은 1일 “근거 없는 이야기로 불협화음을 만들면 비대위도 그냥 덮고 지나갈 수 없다”며 공개 경고장을 날렸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나경원 의원(4선)도 복병으로 꼽힌다. 나 의원은 최근 여러 의원들을 접촉해 경선 도전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일각에서는 그간 소원한 관계로 알려진 친박계와 나 의원의 연대 가능성을 예측하기도 한다. 한 중진 의원은 “결국은 인물 싸움”이라며 “득표 경쟁력이 있는 후보에게 의원들이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비박 강석호·김학용, 친박 유기준, 복병 나경원
입력 2018-11-02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