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이 어려운 게 단지 신용카드 수수료 때문입니까.” 1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허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과 카드업계 종사자 50여명이 ‘카드산업 말살정책 즉각 중단하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 위원장은 “최저임금 문제도 카드 수수료 때문이라는 정부와 여당의 논리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이러려고 10만 조합원이 문재인정부를 지지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장경호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의장은 “카드 수수료에 모든 책임을 떠넘긴다면 생존권을 지켜내기 위해 본격적인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내년에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1조원가량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신용카드사들이 발칵 뒤집혔다. 구조조정이 거론되며 업계 분위기가 어두워지자 카드사 직원들까지 ‘생존권 투쟁’을 외치고 나섰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내년도 사업 계획을 짤 수가 없는 상태”라며 “이달 중순쯤 수수료 인하 방안이 발표될 것 같아 상당히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금융 당국은 신용카드 수수료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적격비용(원가) 산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카드 수수료 인하 규모는 최대 1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발표된 카드 수수료 인하분에 추가 감액을 감안하면 카드업계의 전체 수익은 최대 1조7000억원 줄게 된다.
정부 입장은 단호하다. 카드업계가 6조원이 넘는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 수수료 인하액을 보전할 수 있다고 본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카드사 총 수익에서 마케팅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21%에서 지난해 29%까지 올랐다”며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제대로 된 적격비용을 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드사들의 순이익은 2014년 2조1786억원에서 지난해 1조2000억원까지 꾸준히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마케팅 비용은 4조1142억원에서 6조724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카드사의 연회비 수입은 8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마케팅비에서 이를 뺀 5조2000억원을 대부분 가맹점이 부담하면서 어려움이 심화됐다는 게 금융 당국의 시각이다. 최 위원장은 “카드 사용자는 신용카드를 쓸수록 본인에게 도움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 혜택은 모두 가맹점 수수료에서 나온다”며 “수수료가 싼 체크카드를 쓰면 가맹점 부담이 줄어든다는 점을 카드 사용자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의 구상은 단순히 카드 수수료 인하에 그치지 않는다. 신용카드를 대체하는 모바일 직불결제 등 새로운 결제 수단을 확산시키려고 한다. 카드사 마케팅 비용의 90%는 고객에게 제공하는 할인 혜택, 포인트 적립 등에 쓰였다. 금융 당국의 마케팅 비용 축소 요구에는 신용카드 경쟁력을 낮춰 다른 결제 수단 이용률을 높이려는 속내도 깔려 있다.
카드업계는 수수료를 깎으면 소비자에게 돌아갈 혜택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강하게 반발한다. 금융노조는 “신용카드의 모든 혜택을 없애고 결제 기능만 사용하게 할 경우 카드 사용자들의 반발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이를 입법할 각오가 돼 있다면 카드업계도 기꺼이 따르겠다”고 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수수료 1조 인하 방침에… 발칵 뒤집힌 카드업계
입력 2018-11-02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