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수뇌부 “무역전쟁 탓 경제 둔화 우려” 첫 언급

입력 2018-11-01 18:57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수뇌부가 중국 경제의 하방 압력이 커지는 등 어려운 처지에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중국 지도부가 경기 둔화 우려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1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정치국은 전날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 주재로 회의를 열고 “현재 경제 운영이 안정적인 가운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며 “경제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고, 일부 기업들이 경영상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쌓인 리스크가 드러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현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예측 가능성을 강화해 시의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국은 “현재의 경제 상황은 내외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외부 환경도 심각한 변화가 발생했다”고 진단하고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개월 전 회의에선 외부 환경의 ‘두드러진 변화’를 거론했던 정치국이 이번에는 ‘심각한 변화’라고 표현해 미·중 무역전쟁의 충격이 만만치 않음을 인정했다.

정치국은 또 이번 회의에서 적극적 재정 정책과 온건한 화폐 정책을 거론하면서도 그간 핵심 정책 기조였던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은 언급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최근 중국 경제는 뚜렷한 경기 하방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10월 차이신 중국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1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9월(50.0)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지난해 10월(51.0)과 비교하면 크게 낮아졌다. 차이신 중국 제조업 PMI는 지난 5월(51.1) 이후 9월(50.0)까지 4개월 연속 하락했었다. PMI가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을, 50 미만이면 경기 위축을 뜻한다. 전날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공식 10월 제조업 PMI도 2016년 7월 이후 2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31일(현지시간) 폭스뉴스 라디오 인터뷰에서 “중국이 정상국가처럼 행동하고 국제법을 준수하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사법 당국이 중국인 10명을 스파이 혐의로 무더기 기소한 직후의 발언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탈취 행위는 초강대국 또는 세계 지도국으로서 걸맞지 않다”며 “중국은 장기적으로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국가안보 위협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푸젠진화반도체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와 관련해 “이는 중국의 지속적인 (지식권 탈취) 노력에 반격을 가하는 전략 모자이크의 일부분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