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여파에 교직사회와 임용고시생 ‘교과-비교과’ 갈등 조짐

입력 2018-11-01 04:00

교직 사회에서 ‘교과’ 교사와 ‘비교과’ 교사 사이 갈등이 일고 있다. 특히 ‘비교과’ 교사를 바라보는 교과 과목 임용고시 준비생의 불만이 높다. 정부 방침에 따라 지난해부터 영양·보건·상담·사서교사 등 비교과 선발인원이 대폭 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다. 심각한 취업난에 허덕이는 안타까운 세태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11월 임용시험을 앞두고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비교과 과목 정원에 문제를 제기하는 청원이 늘고 있다. ‘영양교사 제도를 폐지하고 본래의 식품위생직 공무원으로 선발해 달라’는 제목의 청원은 31일 기준 5300여명의 서명을 받았다.

문재인정부는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를 위해 지난해부터 비교과 교사 인원을 급격히 늘렸다. 영양교사의 경우 2017학년도에 97명을 모집했지만 2018학년도에는 일반과 장애인 대상을 포함해 516명을 선발했다. 지난 12일 교육부가 발표한 ‘2019학년도 중등교육 교원 선발인원’을 보면 보건교사 532명, 영양교사 412명, 사서교사 13명, 전문상담교사 575명으로 전국적으로 1682명이다. 올해 사전 예고한 선발인원(501명)에 비하면 3배 이상 늘었다.

매년 정원이 줄어들까 가슴 졸이는 교과 준비생들은 이런 정부 방침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2년째 생물 임용시험을 준비 중인 안모(24·여)씨는 “지난해부터 비교과 정원이 엄청 늘어 사실상 지원하면 다 붙는 수준이다. 비교과는 2차 시험에서 수업시연도 하지 않는다”며 “10대 1, 20대 1로 경쟁하는 일반 교과 준비생들은 허탈한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교과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시험이 코앞으로 닥쳐 정신없는 틈을 타 비교과만 선발인원을 갑자기 늘려 발표했다”는 의심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갈등은 비교과 영역을 교사로 인정해야 하느냐는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졌다. 8년차 수학 교사인 김모(33·여)는 “비교과도 전체 교사 수에 포함되지만 대부분 수업을 하지 않으니 교과 선생의 업무강도가 높아지는 측면이 있다”며 “요즘처럼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갑작스럽게 비교과만 정원이 늘다보니 현직에서도 말이 많다”고 했다. 5년째 영어 임용을 준비 중인 이모(29·여)씨는 “교사는 생활지도, 학부모 상담 등 학생의 생활과 밀접한 직업인데 비교과는 대부분 교수학습과 평가에 참여하지 않고 담임도 맡지 않는 실정”이라며 “학교가 일자리 늘리기의 장이 된 것 같아 불쾌하다”고 했다. 반면 비교과 과목 준비생들은 “엄연히 교육의 일환으로 운영돼야 하는 분야”라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한 현직 교사는 “비교과 과목 교사들이 정말 교사인가라는 의문이 논쟁이 될 만큼 민감해졌다”며 “교직 사회가 밥그릇 싸움만 하는 것처럼 비칠까 두렵다”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