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R 대출 한파… 고객 “담보 있는데 소득증빙 왜” 항의

입력 2018-11-01 04:00

“내 돈을 담보로도 대출이 안 된다고요?”

대출자 소득에 따라 빚 상환능력을 따지는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규제를 은행권 전체로 확대한 31일 당황한 고객들의 문의가 쏟아졌다. 대출을 받지 못한 일부 고객은 빈손으로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DSR은 연간 원리금(원금+이자)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눠 산출하는데,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예·적금담보대출 등도 DSR 지표에 포함한다. DSR이 70%를 넘으면 ‘고DSR(위험 대출)’로 분류된다.

이날 서울의 한 은행 지점에선 신규 대출을 받으려는 고객과 은행 직원 간 승강이가 이어졌다. 300만원을 넘는 예금담보대출은 직접 은행을 방문해 소득증빙 자료를 내야 한다. 은행 직원이 이런 사정을 설명하며 소득증빙을 요구하자 은퇴자인 고객은 “예금을 담보로 받는 대출에 무슨 소득증빙을 요구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은행 관계자는 “‘사유 재산권 침해 아니냐’고 항의하는 고객도 있었다”며 “급전을 융통하기 위해 예·적금담보대출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소득증빙이 어려워지면서 예·적금을 중도에 해지하는 고객도 생길 것 같다”고 전했다.

DSR 규제는 소득이 적고 대출은 많은 차주의 신규 대출을 제한한다. 그동안 소득에 비해 원리금 상환액이 많아도 담보 등이 충분하다면 대출 문턱이 그리 높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시중은행들은 전체 신규대출 취급액 가운데 DSR 70% 초과 대출의 비중을 15%, DSR 90% 초과 대출의 경우 10% 이내로 관리해야 한다. 현재 시중은행의 DSR 70% 초과 대출의 비중은 19.6%에 달한다. DSR 70%를 초과하는 대출자는 은행본부의 대출 심사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다만 햇살론, 바꿔드림론, 새희망홀씨 등 서민금융상품은 DSR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DSR 규제의 여파는 재산은 있지만 소득이 적은 고령층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으로 60대 이상의 평균 DSR은 111%나 됐다. DSR 90%를 초과하는 ‘고위험 대출’의 비율도 31.8%에 이르렀다. 은행권 관계자는 “소득증빙이 어려운 사회초년생이나 소득증빙 없이 큰돈을 빌릴 수 있었던 전문직 종사자, 소득신고액이 낮은 자영업자 등에게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DSR 규제를 시작으로 ‘가계부채 구조조정’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9일 기자들과 만나 “연령별로 DSR 규제를 완화해 적용하는 방안은 아직 검토한 바 없다”며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사놓겠다는 식의 투기·투자는 더 이상 어렵다는 인식을 가계에 확실히 심어주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