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또 도진 계파 갈등… ‘朴 탄핵’ 놓고 설전

입력 2018-11-01 04:02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3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 대표, 김병준 비대위원장, 이주영 국회부의장, 심재철 의원. 뉴시스

자유한국당 중진 의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의 당 운영 등을 놓고 공개석상에서 충돌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안 가결로부터 2년이 다 돼가는 시점에도 탄핵에 반대한 친박근혜계와 탄핵에 동참한 비박근혜계 간 해묵은 감정의 골만 재확인한 셈이다. 12월 원내대표 경선과 내년 2∼3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회에서 31일 열린 비대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친박계 핵심 홍문종 의원은 “탄핵에 앞장서고 당에 침을 뱉으며 나간 사람들이 한마디 반성도 없이 돌아왔다. 이들이 개선장군처럼 당을 좌지우지하면 당과 보수의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복당파 위주로 채워진 당 지도부를 향해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홍 의원은 이어 “지금 (문재인)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보다 훨씬 더 탄핵감이 많다.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사람들부터 대오각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도부에 박 전 대통령 탄핵에 관한 분명한 입장을 백서로 만들 것을 요구했다. 홍 의원은 전원책 변호사 등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를 중심으로 한 인적 쇄신 논의에 대해서도 “누가 (조강특위 위원에게) 칼질하라는 특권을 줬느냐”며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깎아내렸다.

범친박계로 분류되는 정우택 의원도 당 지도부의 보수대통합 추진에 대해 “집 나간 사람 데려오는 것을 보수대통합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폄하했다. 그는 “보수대통합은 차기 당대표의 숙제”라며 “비대위가 갈팡질팡하고 있으니 김 위원장이 로드맵을 밝혀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정진석 의원은 홍 의원의 박 전 대통령 탄핵 백서 제작 요구에 대해 “탄핵 표결이 벌써 2년이 다 돼가는 이 시점에 탄핵을 논의하는 게 바람직한 일인가 회의가 든다”며 “지금은 제1야당으로서 문재인정부 실정에 대한 비판과 견제, 대안 제시에 주력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조경태 의원도 “서로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우리가 똘똘 뭉쳐 가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며 지도부에 힘을 실었다.

김 위원장은 의원들의 발언을 들은 뒤 “우리가 언젠가는 탄핵에 대해 정리하고 가야겠지만 지금이 적절한 시점은 아니다”며 “갈등을 새로운 우산 아래서 조금씩 덮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비대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는 지난 9월 19일 이후 한 달여 만에 열렸다. 한 달 전과 달리 이날 회의에서 일부 중진 의원들이 비대위와 지도부를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낸 것에 대해 당내에서는 12월 중순 원내대표 경선과 내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박·비박 간 전초전이 시작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특히 최근 탄핵 반대 세력인 ‘태극기 부대’의 한국당 입당이 증가하면서 친박계가 이들을 앞세워 내년 2∼3월 전당대회에서 당권 장악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종선 심우삼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