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한테 걸리면 그 은행 망하나요? ㅠㅠ’ ‘제재 받는 은행이 어디인가요?’ ‘적금을 들어놨는데, 은행이 망하면 (원금도) 못 받는 건가요?’
지난 30일 금융투자업계를 중심으로 돌던 이른바 ‘지라시’에 온라인은 하루 종일 뜨거웠다. 은행권도 발칵 뒤집혔다. 미국 정부가 북한 송금과 연관된 국내 은행을 대상으로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제재 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 정부뿐 아니라 기업, 금융회사, 개인까지 제재하는 행위다. 미국은 2010년 6월 이란의 원유를 수입하는 제3국이 자국 내 파트너와 거래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을 담은 ‘이란 제재법’을 통과시킨 적이 있다.
미국은 현재 북한을 상대로 제재를 발동하면서 주요 제재 내용에 ‘북한과 금융거래를 하는 제3국의 어떤 금융회사도 미국 금융망 접근이 차단될 수 있다’는 사항을 포함했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제재를 발동한 국가의 일방적 결정에 따르기 때문에 제재를 받게 되는 제3국이 이에 동의했는지 여부와 관련이 없다.
괴담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금융위원회는 31일 자료를 내고 “관련 내용을 국내 은행들에 문의한 결과 사실이 아님을 확인했다. 풍문 유포과정을 즉각 조사해 위법행위 적발 시 엄중 제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해 즉각 진화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SNS를 중심으로 온라인은 종일 시끄러웠다. 최근 미국 재무부가 국내 7개 은행과 콘퍼런스 콜(전화회의)을 진행한 사실은 신빙성을 더해주는 ‘양념’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과거 자금세탁방지시스템 미비로 뉴욕 지점이 과태료를 맞았던 한 금융회사가 세컨더리 보이콧 후보군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만약 미국이 국내 은행을 대상으로 세컨더리 보이콧을 행사하면 이 은행은 파산을 피하기 힘들어진다. 국제 금융망에서는 물론 미국 달러를 축으로 하는 상당수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런 은행에 맡겨둔 고객의 돈은 어떻게 될까. 원금보장 상품인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은행 파산 시 원금보장이 되는 상품은 예금보험공사에서 금융회사별로 1인당 5000만원까지 보장해준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금융회사들이 대북 제재와 관련해 주의해야 할 점들을 충분히 잘 알고 있다”면서 한국이 대북 제재를 위반해 세컨더리 보이콧을 적용받을 가능성을 일축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대북제재 위반 은행 있다더라”…‘지라시 괴담’ 하루 만에 진화
입력 2018-11-01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