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 여론에 주춤한 한유총 “집단행동 안한다”

입력 2018-10-30 23:41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소속 전국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이 30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토론회’에 검은색 옷을 입고 참석하고 있다. 앞서 한유총은 회원들에게 토론회 일정을 알리며 드레스코드로 위·아래 검은색 옷을 입을 것을 주문했다. 고양=권현구 기자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집단행동 카드를 포기했다. 개별 유치원 차원의 반발 가능성은 남았지만 일단 보육대란 우려는 줄었다. 정부와 여당의 고강도 압박과 국민의 싸늘한 시선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한유총이 완강하게 거부해온 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듀파인)과 처음학교로(유치원 온라인입학관리시스템) 의무화에 속도를 내는 등 개혁의 고삐를 죌 태세다.

한유총은 30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제2전시관에서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토론회’를 열었다. 전국 사립유치원 관계자 4500명(한유총 추산)이 ‘새카맣게’ 몰려들었다. 초상집 분위기와 흡사했다. 상하의 검은색으로 맞춰 입고 침통한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고 행사장에 들어섰다. 오전 11시에 시작하는 토론회였지만 장사진을 이룬 사립유치원 관계자들로 40분가량 늦게 시작됐다.

정부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토론회장 안팎을 채웠지만 결론은 ‘집단행동은 하지 않는다’로 모아졌다. 한유총 관계자는 토론회 뒤 “집단행동 요구가 많았지만 비상대책위 차원에서 그렇게 결정할 수 없었다. 유치원은 사유재산이다. 원장님들 판단에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교육 당국, 교육전문가가 참여하는 간담회를 제의하며 “개인 사업자인 사립유치원의 특수성을 조속히 인정하고 사립유치원 구성원들이 서둘러 유아교육의 현장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당연한 결정이다. 다만 한유총의 (집단행동) 움직임은 종속변수였을 뿐이었다. 이번 기회에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높이고 질 높은 유아교육이 이뤄지도록 정책과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불씨는 남았다. 토론회에선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유치원 공공성 강화방안 및 박용진 3법이 통과된다면’이란 주제로 간이 여론조사를 벌였다. ‘휴원하고 싶다’ ‘폐원하고 싶다’ ‘원아모집 안하고 싶다’ ‘공공형 유치원을 하고 싶다’ 등 선택지를 놓고 스티커를 붙여 의사 표시하는 방식이었다. ‘폐원하고 싶다’에 압도적으로 많은 스티커가 붙었다. 한유총 관계자는 “폐원을 원하시는 분이 많다는 걸 토론회를 통해 확인했다. 정부가 (폐원 희망 유치원이) 거의 없는 것으로 발표하지만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정부 조치로 원장이나 설립자 개인 수익이 줄어 사업적 매력이 떨어지면 폐원 움직임이 본격화될 수 있다. 다만 매년 사립유치원 60∼70곳이 폐원하고 있는데 이 수치를 넘어서는 ‘폐원 러시’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정부와 학부모단체는 한유총에 대한 압박을 이어갔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관계 부처 간담회를 열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일재 행정안전부 정부혁신조직실장, 이은항 국세청 차장 등이 참석했다. 유 부총리는 “공정위와는 유치원 집단행동 시 조사에 대해, 국세청과는 감사·비리 신고 조사결과에 대한 세무조사를 협의했다”고 밝혔다. 복지부와는 사립유치원이 폐원할 경우 원아 분산 수용에 대한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지난 25일 발표한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 관련 첫 제도 개선이 이뤄졌다. 학부모 등이 사회적 협동조합 유치원을 설립하면 시설을 직접 소유하지 않고 국가시설 등을 빌릴 수 있도록 ‘고등학교 이하 각급 학교 설립·운영규정’을 개정했다. 유치원을 세우려면 시설을 직접 소유해야 한다. 학부모 참여형 유치원이 활성화되도록 진입 장벽을 낮춘 조치다.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공동대표 장하나·조성실)은 이날 한유총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주거침입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들은 한유총 측이 지난 5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유치원 비리근절 정책토론회’를 파행시키는 등 정부 주최 토론회 4건을 위력으로 무산시켰다고 주장했다.

고양=이도경 문동성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