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00만 넘는 수원·용인·고양·창원 ‘특례시’ 된다

입력 2018-10-31 04:01
30일 정부가 발표한 대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과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을 7대 3으로 올리는 재정분권이 이뤄지면 한국 지방자치의 수준이 한 단계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이 지방자치의 형식을 강화하는 것이라면, 재정분권은 내용 면에서 지방자치를 실질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문재인정부는 ‘우리 삶을 바꾸는 자치분권’이라는 비전 아래 지난 9월 24개 과제를 담을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확정했고, 이번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에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담았다.

우선 주민참여제도의 문턱을 대폭 낮춘다. 주민이 단체장을 경유하지 않고 지방의회에 조례안을 직접 발의할 수 있도록 ‘주민조례발안제’가 도입되고, 주민감사와 주민소환의 청구인원 요건을 완화한다.

또 주민투표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투표율 3분의 1 미달 시 개표를 하지 않고 주민투표를 무산시키는 규정은 폐지한다. 대신 유효투표수의 과반수 찬성과 투표권자 총수의 4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확정요건을 새로 도입한다.

인구 100만명이 넘는 대도시에는 ‘특례시’라는 별도의 행정명을 주고 사무 권한도 적극적으로 이양한다. 인구 100만이 넘는 기초자치단체인 경기 수원·용인·고양시, 경남 창원시는 그동안 특례시를 허용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부단체장 추가 임용이나 실·국 신설에 대한 자율권을 시·도에 넘겨주는 방안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대통령령을 개정해 현행 자치단체 실·국 수의 20%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기구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한다. 공무원 정원 제한도 3급 이상 상위직급 정원에 대한 최소 기준만 남겨두고 그 외 사항은 자율화하는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정책지원전문인력 도입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 지방의회의 숙원이었던 ‘정책지원전문인력’(정책보좌관) 도입도 첫발을 뗀다. 시·도의회사무처 직원에 대한 임용권은 그동안 시·도지사의 권한이었으나 지방의회의장에게 넘겨 지방의회사무처의 인사권 독립을 보장한다.

지자체와 지방의회의 자율성 확대에 상응하는 투명성과 책임성도 강화한다. 그동안은 시·도가 시·군·구의 위법한 처분 또는 부작위에 대해 시정명령 등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국가 관여가 불가능했으나 국가가 시정·이행명령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지방분권의 핵심인 재정분권 강화도 의미가 크다. 그동안 중앙정부에 집중된 재정은 지방자치의 걸림돌이 되어 왔다. 중앙과 지방의 재원비율은 2016년 기준 76대 24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2할자치’란 자조적 표현도 통용돼 왔다.

정부는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기획재정부, 교육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 간 조정 과정을 거쳐 2022년까지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을 7대 3으로 개선하겠다는 재정분권 추진방안을 확정했다.

우선 1단계로 지방소비세율을 현재 11%에서 2019년 15%, 2020년 21%로 인상한다. 이를 통해 2년간 11.7조원의 지방재정이 확충된다. 지방소비세율 인상분에 따른 지역 간 재정격차가 생기지 않도록 지역별 가중치에 따른 배분방식을 적용하고 2020년부터 지역상생발전기금을 출연한다.

또 2020년에 지역밀착형 사무를 중심으로 3.5조원 규모의 중앙정부 기능을 지방정부로 이양한다. 이양 대상 사업은 추후 협의하기로 했다.

소방직 공무원의 국가직화를 전제로 소방안전교부세율도 현행 20%에서 2019년 35%, 2020년 45%로 인상한다. 소방안전교부세는 담배 1갑당 부과되는 개별소비세 594원이 재원으로 지자체가 받아 소방과 안전 분야에 투입한다.

지방소비세와 소방안전교부세 인상에 따른 지방교부세 감소분은 보전하지 않는다. 다만 지방교육재정 감소분은 지방교육재정 교부율을 인상해 보전할 예정이다.

2021년부터는 2단계 재정분권을 추진해 7대 3을 달성할 계획이다. 지방소득세, 교육세 등 추가적인 지방세수 확충방안을 검토하고 중앙정부 기능의 추가적인 지방 이양,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편 등을 검토해 추진한다. 자치분권지방정부협의회 회장인 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은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지방소비세율 인상이 받아들여진 것을 환영한다”면서도 “국세와 지방세 비중을 6대 4가 아닌 7대 3으로 설정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지방세수 확충을 이유로 지방교부세 감소분을 보전하지 않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