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적폐청산 백서 발간 1년 가까이 차일피일… 국정원, 개혁 의지 꺾였나

입력 2018-10-30 22:14 수정 2018-10-30 23:44

국가정보원이 적폐 청산과 관련한 ‘백서’ 발간을 1년 가까이 미루고 있는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국정원이 적폐 청산 작업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않으면서 개혁 의지가 퇴색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활동을 종료하면서 국정원에 적폐 청산과 관련한 백서를 발간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국정원은 자체적으로 300페이지 분량의 백서 초안을 작성하고 교정 작업까지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백서에는 개혁위가 지적한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의 부적절할 활동과 개혁과제 등이 포괄적으로 담겨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국정원은 1년 가까이 백서를 발간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국정원 관계자는 “백서 제작은 마무리했지만 진행 중인 수사·재판과 관련된 내용이 많아 공개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개혁지원단에 참여한 외부 위원들도 백서를 발간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해명했다.

7대 추가 의혹에 대한 감찰 결과 발표도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국정원은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이 조사를 요구한 7대 추가 의혹에 대한 감찰 결과를 지난 4월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검찰 수사 등을 이유로 발표 직전 일정을 취소했다.

백서 발간과 추가 감찰 결과 발표 등 국정원 적폐 청산의 마무리 과제들이 흐지부지되면서 국정원의 개혁 의지가 꺾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으로 활동했던 장유식 변호사는 “국정원 내부에 개혁에 대한 반발이 많다. 국정원이 적폐 청산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않는 것은 국정원의 개혁 의지를 의심케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와 맞물리면서 국정원 개혁도 국회 논의 과정에서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국정원이 백서를 발간하지 않으면서 조용히 개혁을 마무리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