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틴전시 플랜’ 약발?… 코스피·코스닥 동반 반등

입력 2018-10-30 18:48

코스피가 기나긴 ‘추락의 터널’에서 빠져나와 6거래일 만에 웃었다. 정부가 연일 ‘시장 안정화’ 신호를 보내자 연기금이 대대적인 순매수에 나서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다만 외국인의 ‘셀 코리아’에는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았다. 개미(개인투자자)들의 매도세도 여전해 안심하기는 이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 증시의 ‘코리아 디스카운트(저평가)’를 해소할 본질적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코스피지수는 30일 0.93% 오른 2014.69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지수가 저점 경신을 멈춘 건 6거래일 만이다. 시가총액 상위주인 삼성전자(2.29%)와 SK하이닉스(2.1%) 삼성바이오로직스(9.79%) 등이 2000선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코스닥지수도 2.29% 오른 644.14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매수에 나서면서 지수를 끌어올렸다.

‘구원투수’는 연기금이었다. 연기금은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1976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달 들어 최대 규모다. 연기금을 포함한 기관투자가는 5거래일 연속 순매수하면서 총 2조4722억원에 이르는 주식을 사들였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증시 안정화자금’ 카드를 꺼낸 데 이어 ‘컨틴전시 플랜(위기대응 비상계획)’까지 언급하자 시장이 반응했다고 분석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전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증시 안정을 위한 컨틴전시 플랜을 면밀히 재점검해 필요하면 가동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융위는 시장 영향을 고려해 컨틴전시 플랜의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일 때 발동된 컨틴전시 플랜을 보면 추정이 가능하다. 장기투자 펀드에 대한 세제 혜택, 연기금 독려, 증시 안정화자금 조성·집행 등이 컨틴전시 플랜의 목록에 들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가 잇따라 대응카드를 내놓고 있는데도 기관을 제외한 개미, 외국인의 투자심리는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락세를 버티지 못한 개인은 이틀 연속 투매에 가까운 대량 매도에 나섰다. 외국인투자자도 코스피시장에서 9거래일째 순매도를 이어갔다. 이 기간에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투자자금은 2조원을 넘어섰다.

금융투자업계에선 경기 둔화 우려 등의 불확실성이 증시를 억누르는 탓에 싼 가격에도 수급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점을 뼈아프게 여긴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수급이 회복되기 위해서는 대외 불확실성 요인이 해소되거나, 환율을 고려한 국내 증시의 가격 매력이 커져야 한다”며 “불확실성 해소가 당장 어려운데 환율도 그 자체로 매력적인 수준까지 진입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번 하락장을 계기로 근본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해 한국 증시의 주가 변동폭은 -17.8%로 중국(-21.1%)을 제외하고 아시아 신흥국 가운데 가장 크다. 최 위원장은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을 볼 때 최근 증시 반응은 지나치게 과도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