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전반을 감사해야 할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일부 의원들의 피감기관을 상대로 한 자신의 지역구 민원성 질의가 올해에도 어김없이 반복됐다.
지역구 민원을 챙기는 것도 의정활동의 일환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행정부의 정책 및 예산 집행을 감사하는 국감장을 민원 창구로 변질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역구 표심을 의식한 ‘보여주기식’ 행보란 지적도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종합감사일인 지난 29일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은 박천규 환경부 차관에게 한국물기술인증원의 대구 유치를 주장했다. 환경부는 지난 6월 물기술산업법 통과에 따라 정수기 품질 검사 등을 전담하는 물기술인증원을 세우기로 했지만 아직 장소를 정하지는 못했다. 환경부는 관련 연구용역이 나오면 관계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장소를 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대구 지역에서는 대구 소재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안에 이 기관 설치를 촉구해 왔다. 강 의원은 “(물기술인증원 상위 기관인) 한국환경공단이 인천에 있다는 핑계로 환경부가 청와대 눈치를 보고 대구가 아닌 인천으로 정치적 결정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박 차관을 몰아세우기도 했다. 비례대표인 강 의원은 올해 초부터 지난달까지 대구 달서병 당협위원장을 지냈다.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 제주갑)은 같은 날 행정안전위 국감에서 민갑룡 경찰청장에게 “제주에서 총경급 경찰 중 타 지역 출신 비율이 너무 높아 지역에 맞는 시책을 추진하기 어렵다”며 제주도 경찰 고위직에 제주 출신 인사 기용을 요구했다.
전북 전주갑을 지역구로 둔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은 보건복지위 국감에서 서울에 남아 있는 국민연금공단 국제협력센터와 장애심사센터의 전주 이전을 서두를 것을 촉구했다. 해당 센터들이 해외 관계기관과의 면담이 잦은 부서임에도 지역 균형발전만 내세워 지역 이전을 촉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원들은 이러한 질의를 마치 자랑하듯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는 30일 “다분히 지역구 표심을 노린 포퓰리즘적 행보”라며 “의원 입장에서는 지역구 민원이 잘 해결되면 자기 공(功)으로 내세울 수 있고, 잘 안 되더라도 행정부에 책임을 떠넘길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도 “행정부를 감사해야 할 국감장에서까지 자기 지역구 이해를 관철시키려 하는 행태는 국회의원으로서 함량미달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는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서 더욱 노골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국감장 의원들, 어김없이 지역 민원 챙기기
입력 2018-10-31 04:03